재택치료 확대로 병상대기 줄인다?…의료계 “현대판 고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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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3일 0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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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돼 있다.© News1
22일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돼 있다.© News1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여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달성하며, 중환자실 병상가동률도 ‘풀베드’(full bed·더이상 외부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태) 80%를 넘어서는 등 의료현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급기야 수도권 병원에서는 입원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 수가 900명을 넘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22일 0시 기준 수도권 병상 대기자는 907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 고령층이고, 대기 기간이 4일 이상인 환자도 137명에 달하는 등 의료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방역당국은 비수도권 지역에 병상 여유가 있고, 향후 재택치료를 확대하게 되면 수도권 병원에서 병상을 대기하는 환자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여유를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방역 전문가들과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중환자 의료대응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며, 의료마비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의료현장은 이미 중환자 병상이 모자라 환자들이 대기를 한 지 한달 가량 되었음에도 아무런 의료인력·자원 지원이 없으며, 재택치료를 시행하게 되면 당장 병상 부족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재택치료 역시 의료진이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당국 “재택치료 확대할 것”…의료계 “현대판 고려장” 비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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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은 2차례 행정명령을 통해 병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2~4주간의 시간이 걸리며 현실적으로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방역당국은 수도권 병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재택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시 또한 70세 이상 환자 중에서도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돌봄 가능한 보호자가 공동격리 가능한 경우 재택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의료계는 곧장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가 시행되면 일시적으로 중환자병상 대기자 수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중환자,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역시 관리하는 데 인력이 소요되므로, 재택치료를 무작정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중증병상부족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도리어 중증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재택치료 중 병이 악화됐을 때 적절한 조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재택치료 확대는 고위험군을 ‘재택치료’라는 미명하에 방치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재택에서 상태가 더욱 악화돼 사망자 수만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는 실패한 것으로 봐야한다. 이대로라면 중증환자와 사망자는 누적되고, 자택치료가 아닌 ‘방치’로 상황은 더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벌써 치명률이 0.78%에서 0.79%로 오르기 시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중인 의사 A씨는 “위중증 환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집(재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너무나 단기적인 해결책이다. 집에서 제대로 된 간호를 받을 수 없는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은 집에서 혼자 병을 키우라는 말 밖에 안된다”며 “‘현대판 고려장’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방역당국 “수도권 비상계획 검토중”…전문가들 “당장 시행해야”

전문가들은 수도권 병원에서 입원을 하지 못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입원을 기다리는 중 환자가 사망할 사례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만큼 비상체계를 발동해 의료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탁 교수는 “병상 대기자가 늘어날수록 치료시작이 늦어지면서 치료 결과가 나빠질 수 있다. 병상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체계를 다시 정비하는 동안 수도권만이라도 비상조치를 발동해야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교수도 “지금 수도권 중환자병상 가동률은 100%라고 보면 된다. 응급실에도 병상에 입원하기 위해 대기중인 코로나 중환자가 있고, 수도권 병원에서는 입원대기 환자가 매일매일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코로나19 중증환자 진료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환자병상을 새로 만들게 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현 의료체계가 지속되게 되면 그 이전에는 수많은 사망자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이번주에는 3500명~4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등 전국 94개 단체가 참여한 불평등끝장 2022대선 유권자네트워크(불평등끝장넷)도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병상·의료인력 부족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병상과 의료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4~5배의 간호사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상황을 방관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악화되는 것과 관련 아직 비상계획을 발동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상황 악화가 계속되면 검토도 가능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수도권만 따로 ‘비상계획’을 발동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위험도를 평가할 때는 현재는 비상계획을 발동할 단계는 아니지만 계속 위험이 악화될 경우 비상계획 적용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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