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로 일하던 현장실습생, 앞으론 임금 제대로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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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현장실습학기제 어떻게 달라졌나
무급 현장실습 비율 매년 증가… 미지급 임금 약 451억원 추정
‘현장실습학기제’로 명칭 바꾸고, 임금 의무지급 하도록 규정 개정
산재-상해보험 등 가입 의무화

올해 7월부터 실습기관은 표준 현장실습학기제 참여 학생에게 실습지원비를 반드시 지급하도록 관련 규정이 변경됐다. 학생들에게 직무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무급으로 운영되던 ‘열정페이’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학생들이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 중인 모습. 교육부 제공
올해 7월부터 실습기관은 표준 현장실습학기제 참여 학생에게 실습지원비를 반드시 지급하도록 관련 규정이 변경됐다. 학생들에게 직무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무급으로 운영되던 ‘열정페이’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학생들이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 중인 모습. 교육부 제공
수도권 대학 경영학과 학생 A 씨는 지난해 한 기업체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무급이지만 취업 전 현장 경험을 하고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 씨가 주로 한 일은 복사와 우편 발송, 청소 같은 잔심부름이었다. 기업체는 A 씨에게 직무와 관련된 교육을 하지도 않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A 씨는 같은 기업체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과 자신을 비교하게 됐다. 그는 “아르바이트생은 최저임금이라도 받는데 나는 말 그대로 ‘열정페이’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무급 현장실습 비율은 2018년 37.6%, 2019년 37.8%, 2020년 40.4%로 계속 증가했다. 교육부는 열정페이로 1년간 대학생이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못 받은 게 451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7월부터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대학생은 ‘무급 인력’ 취급을 할 수 없다. 실습기관이 현장실습지원비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교육부가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못됐던 관행이 바로잡혀 대학생이 현장실습을 통해 진로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습지원비 지급 의무화 ‘열정페이’ 방지

일단 ‘현장실습’이라는 모호한 용어부터 ‘현장실습학기제’로 변경됐다. 현장실습은 일상생활에서 단순한 체험활동을 뜻하는 의미로도 사용되다 보니 고등교육에서 일 통합 학습 개념으로 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현장실습학기제는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와 ‘자율 현장실습학기제’로 구분된다. 표준 현장실습학기제는 최소 1개월 이상 1주 5일, 1일 8시간 기준(1주 40시간)으로 운영된다. 자율 현장실습학기제는 1주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1주는 실습기관에 나가는 식으로 운영이 자유롭다.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실습기관에서 배정하는 직무 관련 교육 시간이다. 표준 현장실습학기제는 10% 이상 25% 이하로 직무 관련 교육을 해 근로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와 달리 자율 현장실습학기제는 직무 관련 교육 시간이 25%를 초과해 체험 중심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에게 가장 크게 와닿을 개정안 내용은 실습기관이 실습지원비를 지급할 의무가 생긴 것. 이전에는 ‘실습기관은 현장실습지원비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현장실습에 소요되는 비용의 산정 및 부담 방법 등은 대학과 실습기관이 협의해 결정한다’고 규정했다. 대다수 실습기관이 학생을 받아주고 대학에서 학점을 준다고 인식하는 바람에 열정페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개정안은 ‘실습기관은 표준 현장실습학기제 참여 학생의 실습 수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실습지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로 실습지원비 지급 의무를 분명히 했다.

또 ‘실습지원비는 학생에게 직접 금전으로 제공되는 지원금으로, 현물(식사, 기숙사, 통근버스 등)로 제공되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으며 학교를 통한 장학금 형태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확실히 했다. 특히 직무가 부여되는 표준 현장실습학기제 참여 학생의 경우 최저임금의 75%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제도 취지 발맞춘 우수 기업엔 혜택 강화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로 현장실습학기제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실습지원비를 비용과 부담이 아닌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와 보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식 개선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자율 현장실습학기제의 경우도 유급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1주일 15시간 미만, 2개월 이하로 실시되는 경우 실습기관과 학교, 학생 상호 간 사전 동의하에 무급으로 운영될 수 있다.

정부는 현장실습학기제를 취지에 맞게 잘 운영하는 기업체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한 학생에게 당해연도 최저임금 100% 이상으로 실습지원비를 지급한 경우 25%는 세액 공제해 준다. 현장실습학기제 운영 실적이 좋은 기업에 마일리지를 부여해서 세무조사 유예, 근로감독 면제, 공공입찰 가점,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또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하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실습기관은 산재보험, 대학은 상해보험을 반드시 가입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자리 잡으면 고용시장의 미스 매칭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학생들이 중소·중견기업에서 제대로 현장실습학기제를 하며 배우면 해당 기업체에 안착할 수도 있고, 회사도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며 “대학도 현장실습학기제를 전담할 인력과 조직을 두고 학생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열정페이#현장실습생#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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