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도 뿔났다 “훈련병 맞춰주기 바쁘고 통제 힘들어”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5월 28일 13시 39분


육군훈련소에서 방역을 이유로 훈련병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된 가운데, 훈련소의 한 조교가 “지침대로 움직이고 시키는 대로 매사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면서 “조교들의 인권도 신경써달라”고 했다.

육군훈련소 조교라고 밝힌 A 씨는 지난 26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최근 훈련병 인권에 대한 기사와 제보가 이어지면서 훈련소에서도 급하게 불 끄는 방식으로 격리통제 지침이 바뀌고 훈련병 복지가 많이 상향조정되고 있는 중”이라고 올렸다.

그는 “4개 중대에서 지역별로 각 230~240명의 훈련병을 나눠받는다. 누군지 모를 확진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격리 통제를 하다보니 화장실과 샤워가 많이 제한된 부분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육군훈련소에서 복무 중인 기간 장병도 휴가 복귀시 똑같이 2주간 격리하며 1주일 동안 샤워와 세수, 양치를 못 하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과중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중대별로 240명가량의 훈련병을 통제하는 조교 수는 적으면 4명”이라며 “부족한 인력으로 힘들게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조교는 ▲식사 때마다 식사를 막사로 추진 ▲동선 겹치면 안 된다는 이유로 화장실 이용을 생활관별로 통제 ▲1개 생활관이 시설물 이용시마다 소독 등이다.

육군훈련소 조교라고 밝힌 A 씨가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린 글 일부.
육군훈련소 조교라고 밝힌 A 씨가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린 글 일부.

그는 “다들 조교라고 하면 빨간모자 쓰고 훈련병을 통제하는 모습을 생각할 것”이라며 “(현재는) 훈련병들 애로사항 맞춰주기 바쁘며 아픈 훈련병을 의무실에 데려가고 모든 훈련병에 똑같이 정량 배식하기 위해 저울을 재서 배식에 신경 쓰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해야할 업무들이 있는데 현재는 훈련병들 휴식을 보장해준다며 일과가 끝난 이후에는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며 “훈련병은 누워서 놀고 떠들고 조교들은 그런 모습을 지켜볼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젠 훈련병들에게 윽박도 지르지 말라더라. 물론 화내지 말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런 상황을 알고 들어온 훈련병들이 악용하는 탓에 조교들은 통제하기가 너무나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휴가를 달라는 게 아니다. 조교도 사람이다. 훈련병들 생각하는 것에 반만이라도 조교들 인권을 신경써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육군 측은 전날 공식 입장을 통해 “훈련소장이 조교들을 대상으로 개선안 검토 경과에 대한 설명과 조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노고를 격려했다”며 “전 구성원의 의지를 결집해 장병 기본권이 보장된 가운데 더 강하고 좋은 훈련소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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