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검찰 황태자’ 이성윤, 기소 넘어 차기 檢총장 꿈 이룰까

이태훈기자 입력 2021-04-14 11:04수정 2021-04-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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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공동취재단
차기 검찰총장 인선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권 입장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고, 두 번째는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검찰개혁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면서 대선을 앞두고 정권에 악재가 되는 수사를 통제하는 ‘소방수’ 역할도 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총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런 적임자로 진작부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점찍고 차기 총장으로 밀어왔다는 설이 파다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 밑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이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고검 검사로 좌천돼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검사장급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형사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하면서는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민감한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갰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잘 관리된 커리어와 정권의 신뢰 등 제반 여건을 모두 따져 봐도 그가 차기 총장이 되는 데 장애물은 없어 보였다. 윤석열 전 총장이 지난달 4일 전격 사퇴한 직후에도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무리 없이 차기 총장에 낙점될 것으로 보는 예상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올 초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서 이 지검장의 수사무마 의혹이 제기되고 급기야 지금은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에 의해 기소가 임박한 상황에 놓이면서 여권의 차기 총장 인선 구도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당초 이번 주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연기된 것도 이 지검장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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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 중이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원지검에서 4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모두 불응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첩을 주장했다.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 지검장에 대해서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각종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바탕으로 이미 기소 방침을 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검에서 고심을 거듭한다고 해도 이 지검장 기소는 피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설사 이 지검장 기소 여부에 대한 최종 검토를 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찰총장 권한대행)이 기소를 승인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검찰청법상 피의자 기소 권한은 일선 검사장에게 부여돼 있기 때문에 수원지검 수사팀이 법대로 이 지검장 기소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이 지검장 기소가 불가피하다면 공은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첫 번째 경우의 수는 문 대통령이 이 지검장 카드를 접고 다른 후보자에게 차기 총장을 맡기는 것이다. 경쟁 후보자로 거론돼온 김오수, 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이나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현직에서는 조 차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등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이 지검장이 기소되는 경우 기소된 검찰 고위 간부를 검찰의 수장으로 앉히는 무리수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두 번째 경우의 수는 검찰이 이 지검장을 기소하고, 문 대통령은 기소된 이 지검장을 차기 총장에 지명하는 ‘강 대 강’ 충돌 시나리오다. 이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국가 법집행을 총괄하는 검찰총장이 본인의 형사 사건으로 법정에 서는 초유의 사태가 전개되는 상황이 된다.

기소되면 총장을 할 수 없다는 법은 없지만 실정법을 위반해 재판을 받는 사람이 검찰총장이 된 전례가 없는 데다 피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직을 지휘한다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문 대통령으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교체까지 추진하는 마당인데 결정적 흠결이 있는 총장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국정동력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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