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블라인드 압수수색…“꼬우면 이직” 작성자 처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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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7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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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나서도 글 작성자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법조계선 “형사처벌 어려울 것” 전망도

사진=경찰CI
사진=경찰CI
경찰은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꼬우면 너희들도 우리 회사(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이직하든가”라는 내용의 조롱 글을 올린 작성자를 찾기 위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7일 오후 3시부터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와 블라인드 운영사인 팀블라인드 한국지사 등 2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회사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라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알려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글 작성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 측은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아예 저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설계돼 작성자 특정이 불가능하다”며 가입 당시 회사 인증에 쓰는 이메일 등 개인정보는 암호화돼 시스템에 저장되며 누구의 정보인지 확인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형사처벌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꼬우면 이직하라’고 말한 대상이 일반 국민으로 보여 특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업무방해죄 역시 해당 글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업무에 차질이 생겼는지 밝혀져야 성립되는데, 이 경우 방해된 업무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앞서 지난 9일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A 씨가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을 인증해야만 글을 남길 수 있다. 해킹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해당 글은 LH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라며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것이냐. 너희들이 아무리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싫으면) 너희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극도로 혐오)”이라고 비꼬았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캡처 화면이 온라인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며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LH는 해당 게시물을 쓴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신용훼손, 모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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