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선수 ‘학폭’ 부정…피해자와 접촉 “우리가 한 거 확실해?”

  • 뉴스1
  • 입력 2021년 2월 16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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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배구부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언니가 공개한 대화록.(네이트 판 캡쳐) © 뉴스1
중학교 배구부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언니가 공개한 대화록.(네이트 판 캡쳐) © 뉴스1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외 또 다른 학교폭력 가해자로 의심받고 있는 여자배구 선수 A가 피해자에게 연락해 관련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B씨는 14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프로여자배구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배구선수로 활동했던 이력을 공개하면서 “매일이 지옥 같았다”고 과거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B씨는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중학교 1학년 때 집합을 서면 선배들은 우리 동기들에게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한 다음 발음이 안 좋던 나에게 가나다라를 외우게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울면 선배들이 바가지를 가져와 눈물로 다 채울 때까지 계속 동기들을 머리 박아를 시키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B씨는 “눈물, 콧물, 침, 소변으로 바가지를 채우는 게 거의 일상이었다”면서 선배들이 자신을 늘 무시하면서 부모님까지 욕했다고 폭로했다.

학교폭력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가해자 A선수는 피해자 B씨에게 접촉했다. 그러나 사과가 아니라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자세로 나왔고, 외려 피해자의 기억이 맞는지를 따져 공분을 샀다.

피해자의 친언니라고 밝힌 C씨는 “가해자의 배구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아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 글을 보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그 사람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며 “오늘 (가해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사과의 말은커녕 자기들을 포장하고 동생의 기억을 의심했다. 사과할 생각도 없으면서 전화 통화를 하자고 연락한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분노했다.

C씨가 일부 공개한 대화록에서 A선수는 적반하장으로 B씨를 공격했다. A선수는 “너는 네가 피해자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중략) 네가 올린 글만큼 (우리가) 너한테 (가해)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가 다한 거가 확실해? 거짓말 하나도 없이?”라며 가해 사실을 부정했다.

피해자가 “거짓말 하나도 없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대로 작성한 거”라고 답하자 A선수는 “지금 네가 나한테 말한 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 중에 일부분인데, 나머지도 우리가 그랬다는 게 확실하지”라며 되물었다. 사과할 기색이 전혀 없었다.

C씨는 “더는 (가해자와) 대화하고 싶지 않고 억지로 사과를 받아내고 싶지 않다. 전화 통화는 물론 직접 만나는 것도 무섭고 과거를 들추고 싶지 않다”며 “동생은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문제를 더 키워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한다”고 전했다.

이어 “배구가 고된 훈련과 기합을 받아야 하는 걸 알았으나 이렇게 인격적이지 않은 대우를 받는지 몰랐다.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깨우치며 과거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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