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우 ‘태평양’ 대표변호사
바이오-게임-엔터업체 등 겨냥… 홍콩 등 해외 거점서 인수 움직임
환경-사회-지배구조 강조 ‘ESG’… 기업 생존 좌우할 정도로 부각돼
로펌도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고민
“올해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M&A(인수합병)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다. 이에 따른 법률 수요 증가에 종합적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올 1월 법무법인 태평양의 신임 업무집행 대표변호사로 취임한 서동우 변호사(58·사법연수원 16기)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려 있던 기업과 투자자들이 M&A를 본격 재개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서 대표는 “홍콩 등 해외 주요 거점에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바이오,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가치가 높아진 기업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진단대로 M&A 시장 조사업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 규모는 444억 달러로, 전년(540억 달러) 대비 18%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투자 규모(200억 달러)가 3분기까지 누적(244억 달러)의 83%에 달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전문 변호사인 서 대표는 태평양 성장의 주역이다. 1984년 사법시험 수석 합격, 1987년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그는 아버지 고 서윤홍 전 대법관의 권유에도 판사 대신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송무뿐만 아니라 글로벌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태평양 설립자 김인섭 변호사는 1990년 서 대표를 영입했고, 태평양의 사업 확장과 서 대표의 성장은 궤를 함께했다. 토종 로펌인 태평양이 송무에서 출발해 기업 법무, 국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동안 서 대표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한국외환은행 외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 등의 자문역을 하며 기업 법무의 한 축을 담당했다.
서 대표는 경영업계의 올해 최대 화두로 ESG를 꼽았다. ‘환경에 대한 관심,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의미하는 ESG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투자자와 주주들이 ESG에 소홀한 기업은 점차 외면할 것”이라며 “기업뿐 아니라 로펌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4일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자산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025년부터 환경, 노사관계 등 ESG 사항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같은 의무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ESG 관련 상담이 늘면서 태평양뿐만 아니라 김앤장, 광장, 세종 등이 대응팀을 설립해 자문에 응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서 대표는 “두 사안 모두 명확하지 않은 점이 많다”면서 “중대재해 예방·대응 TF를 확대해 강화된 (기업들의) 민형사 책임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범기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최현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을 영입하면서 형사 사건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에 흩어져 있던 사무실을 지난해 종로 센트로폴리스 빌딩으로 한데 모아 ‘종로 시대’를 연 태평양이 ‘집적 효과’를 발휘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서 대표의 과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어우러져 더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서 대표는 “1990년 입사 당시 변호사가 30여 명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변호사 680명 등 직원이 1300여 명”이라며 “젊은 인재와 전문가들이 주도권을 잡고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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