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 교수의 新국부론]<5>국가와 도시의 번영, 대학혁신주도성장이 만들어

전호환 부산대 교수 (전 부산대 총장,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입력 2020-12-08 03:00수정 2020-12-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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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혁신에 의해 작동한다. 아이디어, 신제품 그리고 혁신 공정들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경제 성장과 안보에 기여하고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왔다. 혁신은 지식인과 이들이 창출한 지식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과 창의력을 가진 지식인을 배출하는 국가 발전의 핵심 공공기관이다.

미국 번영의 원천은 연구중심대학


최근 수년간 QS 세계대학평가 상위 30위권에 미국의 15개 대학이 포함됐다. 이들 모두가 연구중심대학이다. 나는 15개 중에 포함된 미시간대학을 2016년 방문해 두데스텟 전 총장을 만났다. 10년간 경험한 총장의 고뇌를 담은 책 ‘대학혁명(2004년 번역 출간)’의 저자로 알려진 교육자이다. 그는 미 의회의 요청에 의해 본인이 주도하여 2012년 출간한 ‘연구중심대학과 미국의 미래’란 책을 나에게 주었다. 책의 부제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10개의 필수 혁신 강령’이다. 미국에는 3600여 개의 대학이 있다. 그러나 국가의 핵심 자산인 연구중심대학은 60여 개 정도이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재정 투자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은 연방·주정부와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의해 육성돼 왔다. 남북전쟁이 진행 중인 1862년, 미 의회는 ‘토지무상양도법’을 통과시켜 농업과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중심대학을 설립했다. 그 결과 세계를 먹여 살린 농업녹색혁명이 일어났고 제조업은 20세기 미국을 세계 강국으로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자 미국 의회는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을 구축하기 위해 기초연구와 대학원 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덕분에 미국이 동서냉전에서 승리하고, 세계 최초로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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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대학과 미국의 미래’는 혁신을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책의 핵심은 “중국 등 아시아권 대학이 급상승하여 외국 우수학생과 과학자 유입도 어렵다. 강력한 미국을 재창조하기 위해 연구중심대학과 정부, 기업 및 기부단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다시 강화해 장기전략 수립과 함께 연구재정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힘, 대학기술로 생긴 스타트업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석유가 나지 않고 70%가 사막으로 된 척박한 땅을 가진 나라다. 역대 올림픽에서 단 1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12명이나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2017년 기준 7600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이는 인구 110명당 1개의 스타트업이 있는 것으로, 1인당 창업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2017년 이스라엘 정부 초청으로 6개 연구중심대학을 둘러보았다. 이들 대학 모두 튼튼한 기술지주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스라엘에 대학들은 세계 최초로 연구 결과를 상품화했다. 히브리대는 지난 53년간 9820개의 특허와 2750개의 발명을 하면서 880개의 라이선스를 기업에 주었다. 2017년에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모빌아이(Mobilye)란 벤처기업이 인텔에 147억 달러에 팔렸다. 모빌아이의 시작은 히브리대의 조그만 실험실에서 시작됐다. 이스라엘에는 무려 358개의 다국적 기업 연구개발(R&D)센터가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실패를 용인하는 정부의 포지티브 정책의 결과이다.

지자체, 시민과 대학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재건된 영국과 독일의 도시


영국의 길퍼드시(市)는 런던의 남서쪽에 위치한 소도시다. 도시의 활기가 대도시 못지않고 지역경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혁신연구단지 덕분이다. 1981년 서리대학은 도시 전체 면적의 73%인 그린벨트의 일부를 풀어서 ‘혁신연구단지’를 조성해 보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했다. 연구개발 기반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시 당국은 격론 끝에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현재 혁신단지의 기업들이 창출하는 수익은 시 총생산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는 대학의 힘을 믿었고, 대학은 혁신적 아이디어로 도시의 생태계를 바꿔 놓은 것이다. 나는 이 시기에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있었다.

2018년 독일대사관 초청으로 독일의 ‘MIT’로 불리는 아헨공대를 방문했다. 아헨시(市)는 인구 30만 명의 작은 도시다. 아헨시는 대학과 손을 잡고 도시재건사업을 진행했다. 새로운 기차역을 시외로 빼내고 유휴부지가 된 과거 철도 역사(驛舍)와 선로 부지를 아헨공대에 제공했다. 대학의 기술과 젊은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벤처기업들이 몰려오면서 창업생태계가 만들어졌고 도시가 살아났다. 대학을 중심에 둔 도시재건 정책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났다.

대학 발목 잡는 국내 지자체



부산대는 1946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종합 국립대학이다. 장전동 캠퍼스의 총 부지는 198만 m²(60여만 평)이다. 그러나 133만 m²(40여만 평)는 도시계획법에 의해 근린공원으로 묶여 있어 현재 사용하는 부지는 66만 m²(20만 평) 규모이다. 학생 수는 개교 초창기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는데 캠퍼스의 크기는 변화가 없었다. 학교 건물은 난개발을 초래했고 주차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 부지로 되어 있는 근린공원을 해제해 스타트업, 벤처 등이 들어설 친환경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총장 재임 4년간 부산시와 수많은 협의를 했다. 금년 7월 1일부터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반대라는 이유로 부산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좋은 대학 하나가 도시를 먹여 살린다. 위에서 언급한 경우 외에도 외국의 대학중심 도시재생 성공 사례는 차고 넘친다. 좋은 대학은 대학, 중앙·지방정부와 시민들의 협력적 파트너십에 의해 만들어진다. 도시는 대학 중심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대학은 혁신기술 개발로 도시에 일자리를 선물해 줄 수 있다. 일자리가 있어야 도시경제가 산다. 좋은 대학은 젊은이를 불러들여 도시를 젊게 한다. 차기 부산시장은 이러한 안목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혜안이 필요한 때다.

전호환 부산대 교수 (전 부산대 총장,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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