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캠퍼스를 읍내 이전… 폐광도시 강원 도계를 대학도시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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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김양호 삼척시장-김헌영 강원대 총장 대담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가운데)이 21일 강원 삼척시 강원대 도계캠퍼스에서 열린 ‘도계 대학도시’ 3자 방담회에서 김양호 삼척시장(오른쪽), 김헌영 강원대 총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강원대 제공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가운데)이 21일 강원 삼척시 강원대 도계캠퍼스에서 열린 ‘도계 대학도시’ 3자 방담회에서 김양호 삼척시장(오른쪽), 김헌영 강원대 총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강원대 제공
《1만286명. 올 9월 말 기준으로 대표적인 폐광지역인 강원 삼척시 도계읍의 인구수다. 1980년대에는 4만 명을 웃돌기도 했지만 석탄산업이 쇠락하면서 인구수도 줄어들었다. 폐광지역 특별기금을 지원받아 문을 연 강원대 도계캠퍼스가 있지만 도계 읍내에서 젊은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캠퍼스가 읍에서 8km 이상 떨어진 육백산 중턱(해발 890m)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읍내에서 통학버스로 20분이나 걸린다. 삼척시와 강원대가 도계를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았다. 핵심은 폐광도시에서 대학도시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로, 내년 3월부터 시작된다. 이를 위해 삼척시는 도계 읍내 강원대 기숙사 앞에 복합교육연구관을 지어 강원대가 사용하도록 했다. 강원대는 신입생 전원에게 산 위 캠퍼스 대신 읍내 연구관에서 수업을 받게 할 계획이다. 또 다른 대학 시설들도 단계적으로 도계 읍내로 이전하고, 치매요양병원 같은 헬스케어센터도 유치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명실상부한 대학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의 일환으로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김양호 삼척시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21일 도계캠퍼스에서 만나 ‘도계 대학도시 조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주요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삼척시와 강원대가 추진하는 도계 대학도시 프로젝트는 지역균형 발전과 거점 국립대 중심 대학 육성 사업과 연관성이 크다. 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지역균형 뉴딜 프로젝트 중 지자체 주도형 뉴딜사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그동안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위)는 비수도권 광역 단위 발전에 집중해 왔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발전도 추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대학과의 연계·연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삼척시와 강원대가 지역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강원도가 공감해주면 지역발전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지역균형 뉴딜 추진방안은 균형위가 꾸준히 건의해 온 내용이다.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산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가균형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김 시장=삼척형 뉴딜사업을 발굴해 미래 먹거리로 만들려 한다. 여기에 대학도시 뉴딜사업도 포함시킬 생각이다. 도계 인구 1만 명 중 학생이 2500여 명이다. 세계적으로 대학생 비율이 높은 도시 중 하나다. 삼척시는 석탄도시였던 도계를 대학도시로 발전시키려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과 지역이 존폐 기로에 있는 상황에서 강원대와 손잡고 상생하는 길을 찾겠다.

▽김 총장=도계캠퍼스는 2009년 만들어졌고 도계 인구 중 대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5%인데도 아직 대학도시로 자리 잡지 못했다. 산 위에 있는 대학캠퍼스와 도계읍이 유리돼 있기 때문이다. 읍내에 위치한 기숙사 학생들은 (읍내 상점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한다. 밤에 기숙사 앞에서 맥주 한두 잔 사먹는 것 외에는 경제적 효과도 미미하다. 도계를 대학도시로 만들어 폐광지역을 살리자는 원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우선 산 위의 캠퍼스가 읍내로 내려가겠다. 마침 도계 읍내의 초중고교 학생 수가 줄어 고교 두 곳이 통합하기로 했고 빈 건물도 많다. 도계캠퍼스는 보건과학대학이 중심이다.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응급구조학과 작업치료학과 치위생학과 등이 있다. 간호사가 부족한 요즘 치매 환자나 홀몸노인을 돌보는 데 보건과학대 학생을 이용한다면 도계가 최고 수준의 ‘배리어 프리 도시’(고령자나 장애인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없애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캠퍼스가 읍내로 이전되면 가능한 일이다.

―도계 대학도시 사업은 많은 정책과 연관돼 있는데 사업의 확장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삼척시가 읍내에 복합교육연구관을 지어 대학에 제공한 것은 대학도시로 가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김 시장=100세 시대가 되면서 20대에 대학을 졸업해 평생 써먹는 시대는 지났다. 40∼60대도 학습이 필요하다. 도계캠퍼스에 평생교육 시스템을 갖춰 지역과 공생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삼척시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산업과 도계 지역의 유리공예산업을 학교의 수소 관련 시스템학과나 유리 관련 세라믹융합과 등과 연계해 평생 직업교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주민과 도계캠퍼스가 상생하기 위해서 삼척시 예산을 투입해 복합교육연구관을 만들었고 그 옆에 평생학습관도 같이 짓고 있다.

▽김 위원장=삼척시와 강원대가 잘 협력하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느낀다. 삼척시가 복합교육연구관을 지어 대학이 사용하게 해준 것을 삼척시민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그 뜻을 헤아려) 강원대가 중요 포스트로 삼아야 한다. 강원대가 병원을 언급했는데 도계에 1000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짓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치매케어센터가 왔다고 하면 의사 10명이 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도계에서 교육을 받고 떠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의 터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 총장=지역대학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시스템이 ‘오픈 캠퍼스’(개방 대학)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에 대한 훈련이 돼 있다. 강원대에서 한 학기에 4500개에서 5000개 강좌가 이뤄지는데 그 강좌를 원격으로 주민들에게 오픈할 수 있다. 대학이 주제를 잡아 5, 6과목 정도 묶어 시간제 등록이든지 학점은행제 식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도계 같은 작은 도시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도계캠퍼스에 치매 케어 코디네이터, 헬스 케어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특화해 개설한다면 전국의 젊은이들이 도계로 올 것이다.

―교육정책에서 대학이 지역사회에 좀 더 기여할 수 있게 보완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김 총장=교육부의 힘만으론 규제를 모두 해소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가 해주지 않으면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재정법이 대표적이다.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법에는 지자체와 대학은 연계할 수 있고 지자체에서 대학을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반면 행안부의 지방재정법은 지자체가 대학에 뭔가 해주려면 지자체 조례를 개정하도록 하는 등 복잡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학이 국비를 따오면 매칭 펀드로 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방정부가 대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모든 게 풀려 있다고 설명한다.

▽김 시장=지방재정법에 따르면 교육기관은 고교까지만 지원하게 돼 있다.

▽김 위원장=균형위가 존재하게 된 이유인데 각 기관이 서로 자기 이해관계로만 줄을 세워 놓아 협의가 잘 안 된다. 규제가 지방의 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 시장=복합교육연구관을 올해 초에 건립했다. 강원대에 줘서 강의를 진행하려 했는데 이 시설이 국립대 재산이어야만 강의가 가능하다고 해서 막혔다. 시설이 도계캠퍼스의 반경 2km 안에 있어야만 국립대 재산으로 양여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교육부에 여러 차례 질의해 무상양여가 가능하다는 답을 받아냈다. 내년 3월부터 강의장으로 쓸 수 있다.

▽김 총장=도계 읍내 복합교육연구관을 추진한 게 벌써 4년 전이다. 교육부에 폐광지역에서도 이동수업권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안 해줬다. 강원대가 강릉원주대와 연합대학을 하려면 수업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런 이유로 못 하고 있다. 심지어 강원대 도계캠퍼스 교수가 일부 수업 강의를 강원대 춘천캠퍼스에서 한두 개 하겠다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한다. 분교도 아니고 한 대학인데 이게 말이 되는가.

▽김 위원장=동의한다. 골치 아픈 문제들이 있으면 우리에게 넘겨주면 해결책을 마련해 보겠다.
 
진행=이종승 부국장 urisesang@donga.com / 정리(삼척)=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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