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자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며 해당 집회를 허가한 법원 결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집회를 허가한 판사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1일 20만명이 넘게 동의하며 사법부를 향한 비난이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은 광복절 집회와 관련해 집회금지 조치 집행이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보수단체들이 제기한 신청 10건 중 7건을 기각했다. 우리공화당이 낸 1건은 심리하지 않고 각하 처분했다.
다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끄는 4·16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국투본)가 서울시의 옥외집회금지 처분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보수단체 일파만파가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을 전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신고된 집회 시간보다 실제 집회 시간은 4~5시간으로 비교적 짧고, 100여명의 소수 인원이 참석해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에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해 집회를 허용했다.
또 주최 측이 서초역 주변에서 연 집회 등에서 체온 측정, 손소독, 일회용 장갑 배부, 명단 작성 등 방역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와 이번 집회에서도 적절히 준수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결과적으로 틀린 예측이 됐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무대에 오른 일파만파의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는 애초 100명이 참가 신고를 해 허가를 받은 집회였지만, 다른 집회의 서울 도심 개최가 금지되며 수천명의 인파가 이 집회장소 주변으로 몰려들어 혼란을 빚었다.
대규모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이 집회에 참가하며 광화문 집회는 코로나19 재확산의 또 다른 뇌관이 됐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광화문 집회 관련해선 20일 낮 12시 기준 총 6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집회 참석자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적극 권고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이에 불똥은 이번 집회를 허가해준 법원으로 튀었다.
전날 ‘815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 청원’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엔 하루 만인 이날 오후 6시 19만9996명이 동의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청와대 홈페이지 시스템 점검으로 국민청원 게시판 접속이 24시간 불가능하지만, 청원 종료일인 내달 19일까지 답변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충족하는 것은 확실시된다.
청원인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수도권 폭발을 경고하고 그 중심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알렸다”며 “확진자가 속출하는 사랑제일교회 중심으로 시위를 준비하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경고와 호소가 이뤄지는 상황에 광화문 한복판에서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판사의 해임 또는 탄핵을 청원한다”고 썼다.
이어 “100명의 시위를 허가해도 취소된 다른 시위와 합쳐질 것이란 상식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기계적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내세운 무능은 수도권 시민 생명을 위협에 빠트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일부 언론 기사는 이례적으로 적극 해명했다.
한겨레는 전날 <‘8·15 집회는 허용, 해고자 집회는 불허’ 어느 재판부의 이중잣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집회 허가 결정을 비판했다.
같은 재판부가 보수단체들의 광화문 집회는 허용하면서 대기업 하청업체·해고자들이 지난 5월 신청한 집회는 코로나19 확산 이유로 불허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보도 당일 이례적으로 판결문 비공개 원칙을 깨고 결정문 원본을 실명으로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까지 반박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기사에 적시된 6월 집회 당사자는 자신들이 하는 집회 자체가 아니라 당시 구청에서 제정한 집회 금지 ‘고시’ 자체의 효력을 다투며 그 집행정지를 구했다”며 “이 고시에 대해 집행정지가 이뤄졌다면 신청인뿐 아니라 그 장소에서 집회를 하려는 모든 단체에게 집행정지 효력이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인용된 사건(광화문 집회)은 자신들의 집회 그 자체에 대해 내려진 집회금지 명령의 집행정지를 구한 사건으로 신청 취지, 집행정지 효과가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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