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휩쓸고 간 구례서 지붕 위 소떼 잇따라 발견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9일 2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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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읍내 축사 밀집지역서 소 1600여 마리 수해
급류에 떠내려가다 지붕 위로 대피한 소떼 '고립'
마취 시킨 뒤 크레인 이용해 한마리씩 구조 계획

사흘 사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전남 구례에서 급류에 떠내려가다 지붕 위에 머물게 된 소떼가 잇따라 발견됐다.

9일 구례군 등에 따르면, 축산 농가가 밀집한 읍내 일대 주택·창고 등 건물 지붕 위에서 소들이 머물고 있는 모습이 잇따라 확인됐다.

이 소들은 연이틀 폭우로 전날 소하천이 범람하고 축사가 침수되면서 급류에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례에서만 소 1600여 마리가 수해를 입었지만, 물살에 떠내려가다 지붕 위로 오른 일부 소들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날 비가 그치고 빗물이 빠른 속도로 빠지면서 지붕 위 소들은 4m 안팎 높이의 지붕 아래로 내려오지 못했다.

소들은 갈증과 허기에 애꿎은 울음소리만 내 주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일부 축산 농민들은 축사 한쪽 기둥을 무너뜨려 비탈길을 낸 뒤 소를 몰아 구조하기도 했다.

주인도 머물 곳도 잃은 상당수의 소들은 지붕 위에 힘 없이 주저 앉아있거나 위태롭게 서성이고 있다.

구례군과 소방당국은 지붕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소떼를 위해 중장비와 급수차를 동원, 사료·음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또 이르면 오는 10일 오전 본격적인 구조에 착수한다. 소들이 놀라 날뛰다, 지붕 붕괴 등 안전 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마취 총기를 활용한다.

마취 총으로 소들을 재운 뒤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한 마리씩 지상으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전날 오후 1시께에는 구례군 문척면의 사찰인 사성암에 소 10여 마리가 나타나기도 했다.

사찰 입구에 나타난 소들은 축사가 물에 잠기자 산길을 이용해 사성암까지 피했다. 이후 소들은 사찰 관계자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구례=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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