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백약이오름 2년간 출입금지, 자연휴식년제 적용 오름 5곳으로 늘어
전문가 “지속가능한 관리방안 마련을”
한 유명 연예인이 다녀간 뒤 탐방객 급증으로 훼손이 발생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백약이오름. 원형분화구 탐방로 가운데 정상부에 대해 자연휴식년제를 적용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경관자원 가운데 하나인 오름(백록담을 제외한 작은 화산체)에 대한 출입제한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탐방객이 드나들어 훼손되는 오름을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땜질식 처방이 아닌 체계적인 보호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오름 가꾸기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백약이오름 정상부에 대해 이달 1일부터 자연휴식년제를 적용해 앞으로 2년 동안 일반인 출입을 금지했다. 이로써 2008년부터 시행된 자연휴식년제 적용 대상 오름은 물찻오름, 도너리오름, 송악산, 문석이오름과 함께 5개 오름으로 늘었다.
●자연휴식년제 오름 확대
백약이오름은 해발 357m의 비교적 야트막한 오름이다. 정상에는 커다란 원형 분화구가 있고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한라산 정상부 전경은 물론이고 주변 오름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유명 연예인이 다녀간 것이 TV에 방영된 뒤 탐방객이 급증해 분화구 정상지역 140m²에서 훼손이 심각하게 벌어졌다. 자연휴식년제 도입으로 정상부에 대한 출입이 통제됐고 이를 어기면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2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 절경의 하나인 송악산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개방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자연휴식년제가 내년까지 1년 연장됐다. 오름 가꾸기 자문위원회가 5년 동안 출입금지 조치로 자연 복원이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정상부는 여전히 식생 회복이 더디다고 판단한 데 따랐다. 자문위원회 측은 “정상부에 대한 훼손지 복구 사업, 탐방로 정비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약이오름에 비해 훼손이 더 광범위하게 진행된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구좌읍 용눈이오름에 대해서는 자연휴식년제 대상 적용 여부를 올해 말로 연기했다. 자문위원회 측은 “이들 오름 보전과 이용을 위한 시설물 설치에 대한 효과 등을 모니터링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탐방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거문, 안돌, 밧돌, 궷물, 두산봉 등 오름도 훼손 지역이 늘고 있으나 자연휴식년제 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체계적인 관리방안 필요
현재 자연휴식년제 시행 여부는 환경단체, 오름 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있다. 제주지역 오름 연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환경이나 인문학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오름을 제대로 보전하고 활용하려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름 조례’ 규정에 따라 환경, 동식물, 지형·지질, 생태관광 전문가 등으로 보전·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오름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 및 기초조사 실시, 지속 가능한 관리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름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분석구, 응회환, 응회구, 마르, 용암돔 등의 화산체를 이르는 말로 악, 산, 봉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르다’의 명사형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몽골어에서 산을 뜻하는 ‘오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오름 대부분은 팝콘이 튀겨지듯이 화구가 폭발하면서 생긴 화산쇄설물이 쌓이면서 형성된다. 제주 방언으로 ‘송이’로 불리는 화산쇄설물은 부서지기 쉬워 한 번 무너져 내리면 복원하기 힘든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는 1997년 발표한 자료에서 오름 수를 368개로 기록했다. 외형에 따라 말굽형 174개, 원추형 102개, 원형 53개, 복합형 39개로 나뉜다. 소유별로는 국공유지 164개, 공동 소유 37개, 재단 소유 15개, 사유지 147개 등이다. 오름은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목장, 묘지, 종교적 성소, 일제강점기 진지동굴, 조선시대 봉수 등 인문학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선(線)의 미학, 자연을 즐기는 트레킹 명소, 예술작품 소재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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