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 간부 “尹 입장 밝히라는 추미애 지휘는 모순” 비판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9일 11시 13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2020.7.8/뉴스1 © News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2020.7.8/뉴스1 © News1
현직 검찰 간부가 지난 8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건의한 ‘독립수사본부’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부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지휘내용인데,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야만 지휘를 이행하는 것이냐”며 추 장관의 지휘에 모순이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홍승욱 천안지청장은 9일 오전 7시51분쯤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법무부장관 수사지휘의 아이러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게시판에 기록을 남겨두고자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홍 지청장은 먼저 지난 2일 추 장관이 지휘한 내용이 문언 자체로 검찰청법 제8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중앙지검 수사팀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장관의 수사지휘를 충실히 이행하려면 검찰총장으로서는 이 사건에 대해 ‘부작위’ 해야 한다”며 “(지휘 내용은) 중앙지검 수사팀이 알아서 판단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는 지휘도 총장이 ‘부작위’를 해야 지휘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홍 지청장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야만 지휘를 이행하는 것이냐”며 “검찰총장은 이 사건 관련해 최종 결과만 보고받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지휘 내용인데, 어떻게 하면 지휘를 이행하는 것이 되는가. 모순이다”라고 비판했다.

지휘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그는 “수사지휘를 하다 보면 경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민원인의 진정을 받을 때가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일개 검사가 경찰관에게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을 보고하라고 지휘하지 않는다”고 썼다.

이어 “이는 지휘 권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며 “그런데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이런 지휘를 했다. 법무부에 계신 검사님들은 이런 지휘를 해보신 경험이 있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대변인실 명의로 배포한 입장문에서 “채널A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란 상태가 발생한다”며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된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대검 입장문이 나온 직후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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