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독립수사본부’ 건의 100분만에…추미애 “지시 이행 아냐” 제안 거부

배석준 기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0-07-08 21:52수정 2020-07-0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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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추 장관이 이 건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오후 6시10분경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한 입장문을 공개한 직후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추 장관이 2일 헌정 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한지 엿새 만에 윤 총장이 고심 끝에 입장을 내놨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윤 총장이 8일 공개한 206자 분량의 입장문 첫 문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로 시작한다. 하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입장문이 공개된 지 1시간 40분 뒤인 오후 7시 50분 경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윤 총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 윤 총장, 특임검사 대신 독립적 수사본부 건의


윤 총장이 공개한 입장문의 핵심 내용은 채널A 이모 전 기자의 신라젠 취재와 관련해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독립적 수사본부는 추 장관이 그동안 거부감을 보였던 특임검사와는 큰 차이가 난다. 검찰 내규상 특임검사는 총장이 전권을 갖고 임명할 수 있지만 특별수사본부에 준하는 독립적 수사본부는 장관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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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검은 2일 오전 법무부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아니면서 총장 지휘를 받지 않는 특임검사 중재안 냈으나 추 장관은 즉시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공문을 내려보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전국 고검장과 검사장 회의를 연이어 열고 있던 3일 오전에도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장관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전국 고검장과 검사장 회의에서는 특임검사 도입을 장관에게 건의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이 나왔지만 윤 총장은 고심 끝에 특임검사 외에 다른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윤 총장이 추 장관과의 충돌하는 상황을 막기 사실상 추 장관의 지휘를 전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란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윤 총장이 추 장관에게 이 사건 수사 지휘와 관련한 최종 승인권을 맡겼다는 것이다. 독립적 수사본부를 꾸리는 것은 추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 초 국무회의를 통과한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은 ‘명칭과 형태를 불문하고 임시 조직을 설치하려는 경우에는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수사본부나 특별수사단, 이번에 윤 총장이 제안한 독립적 수사본부 등도 마찬가지다. 다만 윤 총장은 수사본부장을 기존 수사를 이끌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대신 김영대 서울고검장으로 명시했다.

● 추 장관, 최후통첩에 이어 윤 총장의 제안 거부

추 장관은 7일에 이어 8일에도 연차 휴가를 냈다.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 머물던 추 장관은 8일 오전 산사에 있는 자신의 뒷모습 사진과 함께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뿐 입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추 장관은 2일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윤 총장이 입장을 공개하지 않고 침묵하자 8일 오전 10시 경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 더 기다리겠다”는 입장문을 공개했다. 사실상 윤 총장에게 하루라는 시간을 더 주고, 자신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수용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추 장관은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면서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도 했다.

추 장관은 자신의 최후통첩 8시간 만에 윤 총장이 입장문을 밝히자 다시 2시간도 안돼 이 입장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총장의 입장을 받아들일 경우 추 장관이 이 지검장을 불신임하는 것이고, 윤 총장 대신 이 지검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추 장관이 원치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수용하거나 불수용하거나 둘 중 하나의 대답을 9일 오전 10시까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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