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것이 왔다” 23번 환자 다녀간 명동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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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3번째 확진자(57·여·중국)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서울 중구 명동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평소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길거리는 한산했고, 23번 환자가 다녀간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개점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일에 문을 닫았다.

지난 2일 23번 환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롯데백화점은 이날(7일) 오후 2시부터 안내방송으로 영업 종료를 알리고 고객들을 밖으로 안내했다. 오후 2시30분쯤에는 백화점과 명품관, 면세점, 영화관의 모든 셔터를 내렸다. 23번 환자는 백화점의 4층 한 여성복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근처를 지나는 시민들은 23번 환자의 소식을 들은 듯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바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화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채근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단체관광객 무리는 가이드에게서 ‘백화점 쇼핑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정기휴점일을 제외하면 1979년 백화점을 개점한 이후 첫 휴점”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던 일이고,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다” 밝혔다. 또 “오는 10일에 다시 문을 열 방침이지만 추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바로 앞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송모씨(66·여)는 “23번 환자가 백화점에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백화점 앞에서 일한다고 하니) 딸이 매일 전화해서 ‘엄마, 거기 중국인 관광객 많은데 일하러 나가지 말라’고 하는데 오늘도 비밀로 하고 나왔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송씨는 “밥을 먹을 때만 빼고는 계속 마스크를 끼고 일하고, 위생장갑도 계속 끼고 있다”며 “요즘은 길에 한두 명 보는 것도 힘들다”고 바이러스 확산 우려 이후 달라진 명동의 분위기를 전했다.

백화점 맞은편의 명동 거리는 부쩍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대만 관광객들을 인솔하고 있던 한 가이드는 “평소보다 절반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며 “외국인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명동거리 입구의 복합쇼핑몰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는 “사람이 평소의 40% 수준”이라며 “문 손잡이 등 손이 많이 닫는 곳 소독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했다.

23번 환자가 백화점에 들르기 전 투숙했던 것으로 알려진 근처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도 운영에 차질이 생긴 건 마찬가지였다. 이날부터 호텔 1층 카페가 운영을 중지하면서 로비 분위기는 썰렁했다. 카페에서 투숙객에게 제공되는 조식도 당분간 이용이 중지됐고 ‘조식을 예약했던 고객에게는 100% 환불해주겠다’는 안내가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로 붙어 있었다.

호텔 관계자는 “오는 16일쯤 카페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피트니스 센터, 연회장 등 이용이 중단됐고 엘리베이터를 수시로 소독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고객에게 다른 호텔 이용을 당부하고 있고 원할 경우 옮겨주고 있다”며 “추가 예약은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23번 환자가 묵었던 22층은 전체 층이 폐쇄된 상태다.

이날 호텔에서는 임직원들에게 “현시간부로 전 직원들은 마스크를 필수 착용하고 근무에 임해달라”며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최대한 빨리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하기를 바란다”는 긴급 공지를 내렸다. 또 “타 지점 근무자들의 본사 출입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입해달라”고 알렸다.

마포구 공덕동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23번 환자는 2일 명동을 떠난 뒤 지인의 차량으로 ‘이마트 마포공덕점’에 이동한 뒤 2시간 가까이 체류했다고 알려졌다. 이날 해당 마트 정문은 닫혀 있었고, 안쪽으로는 임시 휴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공덕역 주변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조모씨(33·여)는 23번 환자가 방문한 다음날인 3일 마트 주변을 지나갔던 기억을 떠올리고 놀란 기색을 보였다. 조씨는 “회사가 바로 근처라 많은 사람들이 갔을 것 같다”면서 “불안해서 자가격리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23번 환자가 방문하기 하루 전날 해당 마트를 찾았다는 인근 주민 송모씨(28)는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거기서 그 환자(23번 환자)와 접촉하고 돌아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뉴스를 보고 불안했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휴점 사실을 모르고 마트를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장모씨(67·여)는 저녁 장을 보러 왔다가 다시 돌아가야 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3번 환자는 증상이 발현되기 하루 전인 2일 낮 12시쯤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퇴실 후 도보로 롯데백화점 본점을 들러 오후 12시15분부터 1시 19분까지 체류했다. 이후 그는 지인의 차량을 이용해 서대문구에 있는 숙소로 갔다. 그는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오후 2시20분쯤에는 이마트 마포공덕점을 방문해 오후 4시9분까지 머물렀다. 그후 다시 지인의 차량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3~5일에는 종일 숙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6일 숙소에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지난 1월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충남 소재 대학원에 유학 중인 자녀 방문 및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뒤늦게 연락이 닿았고, 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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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영업 종료를 알리고 셔터를 내리고 있다.2020.2.7/뉴스1© News1

23번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영업 종료를 알리고 셔터를 내리고 있다.2020.2.7/뉴스1© News1

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휴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롯데백화점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23번째 확진자가 지난 2일 본점에 방문했다고 공식 통보받고 이날 오후 2시부터 임시 휴점 후 전체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사흘간 임시 휴업한 뒤 10일 개관할 예정이다. 2020.2.7/뉴스1 © News1

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휴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롯데백화점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23번째 확진자가 지난 2일 본점에 방문했다고 공식 통보받고 이날 오후 2시부터 임시 휴점 후 전체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사흘간 임시 휴업한 뒤 10일 개관할 예정이다. 2020.2.7/뉴스1 © News1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입국했다가 뒤늦게 연락이 닿은 2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파악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1층 카페가 문을 닫은 상태다. 이 호텔은 303개 객실 가운데 90여개를 제외한 나머지 객실을 사실상 폐쇄하고, 연회장과 카페 등의 운영도 16일까지 중단했다. 2020.2.7/뉴스1 © News1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입국했다가 뒤늦게 연락이 닿은 2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파악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1층 카페가 문을 닫은 상태다. 이 호텔은 303개 객실 가운데 90여개를 제외한 나머지 객실을 사실상 폐쇄하고, 연회장과 카페 등의 운영도 16일까지 중단했다. 2020.2.7/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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