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장 고소사건’ 경찰 수사 공정성 논란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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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소사건 배후·협박 단서 외면
모친상 중인 50대 여성 참고인은 찾아가 압박

경기 안산시장의 고소·고발 사건을 맡은 경찰이 한쪽으로 치우친 수사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고소·고발 배후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단서를 확보하고도 배후로 지목된 당사자는 수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반면 강제 수사권이 없는 50대 여성 참고인은 모친상 중인데도 집으로 들이닥쳐 압박까지 했다.

또 고소·고발인 친동생을 대동한 채 제3자의 엉뚱한 증언을 요구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2일 안산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9월 서양화가 A(여)씨가 윤화섭 안산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올해 1월께 A씨의 육성이 담긴 녹취파일 여러 개를 입수했다.

녹취 시점은 A씨가 윤 시장을 고소·고발하기 직전인 지난해 8~9월께로, 윤 시장 측 인물로 추정되는 남성을 여러 차례 만나 사건과 관련해 나눈 대화가 파일에 담겼다.

A씨는 해당 남성과의 대화에서 윤 시장과 지역 사업가가 만나 합의할 것을 여러 차례 종용하면서도 자신이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된 것을 놓고는 매우 난처해 했다.

또 지역 사업가의 요구가 무엇인지 자신도 모르지만 윤 시장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지역 사업가와의 금전 관계로 자신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지역 사업가를 자신의 아들 친부라고 했다.

이 사건을 놓고 지역 사업가 쪽에서 윤 시장을 찾아가 협박했다는 내용도 녹취파일에 담겼다.

경찰은 이런 내용의 녹취파일을 여러 개 확보했지만, 5개월여 동안 지역 사업가를 상대로 단 한번도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았다.

경찰은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50대 여성 참고인에게 반말·폭언·강압적인 말투·비하 언어 등을 사용하거나 모욕감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금지하는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을 어기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모친상 중인 여성 참고인을 한 차례 조사한 뒤 집에 찾아가 소동을 벌이면서 “뭐 잘 못 하신 게 있으셔서 그러신 건가요. 떳떳하시면 문 열고 이야기 나누셔야지요”라는 압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여성이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며 진료확인서를 첨부한 진정 서류를 냈지만, 인권침해 여부 등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또 같은 시기 고소·고발인의 친동생과 함께 안산 대부도 한 편의점 업주를 찾아가 친동생이 술자리에서 했던 발언을 증언해 달라고 독촉해 “경찰이 거짓 증언을 강요한다”는 편의점 업주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는 “(지역 사업가와 관련해서는) 사건 당사자와 다른 참고인 진술에 여러 번 나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왜 고소했느냐는 것(배경)은 수사에서는 의미가 없다. 나중에 (재판) 양형에 참고될 수 있고, 무고로 하면 된다”면서 “언론은 수사 개입성 취재하면 안 된다”고 했다.

고소·고발인인 A씨와 지역 사업가는 지난달 27일부터 입장을 묻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연락과 방문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해 9월 정치자금법 위반과 강제추행 혐의의 A씨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2월 윤 시장의 집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달 18일과 26일 윤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 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2~4월 지지자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 일부를 불법 선거자금으로 쓴 혐의와 안산 원곡동의 한 아파트 주변에서 차량에 함께 있던 A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시장 측은 혐의와 관련해 “전혀 사실무근인 허황한 주장”이라고 했다.

【안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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