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가 23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설 예정인 가운데 광주시민들은 5·18영령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기대했다.
지난 8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씨의 재판 방첨권 추첨 현장에서 만난 이모씨(70)는 “전씨가 망월묘역에서 ‘죄송합니다’ ‘잘못했다’ 한 마디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광주 5월단체 회원이라는 이씨는 “하지만 전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 사과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전씨가 광주에 온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 재판 방청을 신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전남대 학교마크와 임관연도가 새겨진 학군사관(ROTC) 임관 반지를 낀 전모씨(72)는 “5·18을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며 전씨의 사과를 기대했다.
1960년 전남대 ROTC 7기로 임관해 작전교육장교 중위로 제대했다는 그는 39년 전 일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그때 일을 하느라 고흥에 있었어. 가족들은 다 광주에 있었는데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어. 화순을 갔는데 광주가 탱크로 다 막혀있어서 갈 수가 없다는거야. 가족들이 다 광주에 있는데 눈 앞이 깜깜했지. 화순에서 광주까지 서너시간을 걸어갔어. 그때 나처럼 광주로 몇 시간이고 걸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다고….”
그는 1980년 당시 가족과 광주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알 수 없는 부채의식을 안고 살았다고 했다.
“내가 5·18을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어. 그런데 전두환이 온다니깐 이렇게 재판 방청권 받으러왔지. 광주를 기억하는 사람으로 그 사람 얼굴 한 번 꼭 보고 싶어. 정말로….”
응모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 1980년 5월18일을 기억하는 60~80대 노인들이 많았고 종종 20, 30대 젊은 사람들도 보였다.
방청권 추첨이 진행되자 당첨된 이들은 환호하며 연단으로 뛰어가고 주위 사람들은 제 일처럼 기뻐했다.
객석에선 당첨자에게 “오늘 술 사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떨어지면 이의신청할 것”이라는 농담도 오고 갔다.
재판 방청권에 당첨된 이모씨(52·여)는 “기분이 너무 좋다. 드디어 전두환 얼굴을 대면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생각이 든다”며 “재판 결과에서도 이 기분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방청권은 총 80명이 응모해 65명을 추첨했다. 1.2대 1의 경쟁률이었다.
방청권을 얻지 못한 15명의 시민 중 한 명은 무거운 발길을 옮기면서도 “이번에는 전두환 광주 재판이 드디어 열릴 것 같아 기대가 됐는데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
앞서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은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이날 재판에는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씨도 함께 동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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