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식 주민 민원에 시달리는 인천경제청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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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시티 개발 놓고 의견 충돌… ‘인천시 온라인 시민청원’에 올라
문자폭탄에 경제청 직원들 고통, 공감 숫자 늘리기 편법 논란도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가운데)이 올 10월 청라호수도서관 대강당에서 청라 G-시티 개발 사업과 관련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가운데)이 올 10월 청라호수도서관 대강당에서 청라 G-시티 개발 사업과 관련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 청라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서는 G-시티 개발사업을 놓고 주민과 의견이 대립한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청라 주민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청라 G-시티는 2026년까지 청라국제업무단지 27만8000여 m²에 사업비 4조700억 원을 들여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업무공간과 주거시설, 호텔, 쇼핑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민간사업자는 당초 8000채의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요청했는데, 인천경제청은 이를 허가할 경우 계획인구가 2만 명이 늘어 도시기반시설과 주거환경에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3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인천시 온라인 시민 청원’에 김 청장 사퇴를 요청하는 공감 수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청라주민 우롱하는 김진용 청장의 사퇴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에는 19일 오전까지 1687명이 공감했다. 이 주민 청원은 10일 첫 청원게시판에 올라왔는데 내년 1월 9일까지 3000명이 넘을 경우 인천시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그런데 시민 청원을 둘러싸고 편법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주민이 김 청장 퇴진을 위한 공감 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청라 주민 인터넷 카페에는 “어린이 회원 무한정 가입 가능하네요” “매일 3명씩 가입 및 동의 예정입니다. 꼼수긴 하지만 다들 시간 내서 해 보세요”란 글이 올라왔다. 어린이까지 동원해 청장 퇴진 운동에 공감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타 지역에 사는 부모님까지 청장 퇴진 청원에 참여시킨 정황도 있다.

카페 게시판 글 중에는 인천경제청을 “국민의 혈세 뽑아먹는 거머리 같은 존재 아닙니까?”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김 청장을 ‘웬수’나 ‘무능력자’ ‘퇴진하면 동네 바보 형이야∼∼∼ 병진이형’ 등으로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내용도 있다. 김 청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한 주민은 출근시간 전인 오전 6시 36분경 김 청장에게 “이 시간부터∼ 퇴진될 때까지 당신과 싸울 것입니다. 각오하세요∼ 쓰레_”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청라국제도시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창의적이고 융합적 사고의 리더가 필요한 도시인데 김 청장은 관료주의적인 공무원이라고 주장했다.

배석희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 회장(52)은 “무소신, 무능력으로 일관하는 김 청장은 퇴진해야 한다. 올바른 대안 제시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다가 G-시티 사업을 다시 공모하고 주상복합으로 개발하자는 엉뚱한 대안으로 주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박남춘 시장과 주민 대표와의 면담, 경제청장 주관 주민토론회와 주민과의 대화, 정무부시장 면담 등을 통해 주민과 소통을 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신문고에 올라 온 4000여 건의 G-시티 민원에 대한 회신과 답변으로 최근 3개월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청장을 비롯한 일부 간부 공무원은 문자 폭탄과 전화 폭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경제청장#청라국제도시#국제업무지구#g-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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