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지 보관금고 감시장치 없어…누가 열었는지 몰라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12일 13시 44분


고사총괄 교사만 아는 비번, 교무부장도 알아

진점옥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12일 오전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시험문제지 유출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11.12/뉴스1 © News1
진점옥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12일 오전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시험문제지 유출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11.12/뉴스1 © News1
경찰이 조사한 숙명여고의 시험지 보관 금고는 누가 언제, 왜 열었는지 알 수 없는 구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금고 비밀번호를 아는 전 교무부장 A씨(53)가 마음만 먹으면 시험지 유출이 가능했던 셈이다.

서울 수서경찰서가 12일 오전 발표한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사건 수사결과에 따르면, 학교 금고가 있는 방에 CCTV나 개폐이력 저장장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숙명여고에서는 각 과목의 출제 교사가 만든 문제를 금고에 보관했다가 결제받는 체제였다. 원래는 고사총괄 교사만 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교무부장 A씨도 번호를 알고 있었다.

A씨는 올해 1학기 중간·기말시험지 금고 보관일에 초과근무를 했다. 야근을 했으면 수당을 받아야 할텐데 A씨는 근무대장에 자신의 초과근무를 기재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올해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6월22일에 혼자 초과근무를 했다”며 “중간고사를 앞둔 4월20일에 다른 교사와 둘이 근무했지만 그 교사가 휴게실에 있었던 시간이 있어 적어도 1시간 이상 (A씨가)혼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 요일이 둘다 공교롭게 금요일이었는데 다른 교사들이 빨리 퇴근을 한 뒤 혼자 남아서 (유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교무부장직을 인수인계 받을 당시 (수첩에 금고 비밀번호를) 적어놨다”며 “(야근의 경우) 평소 초과근무일보다 일찍 퇴근해서 대장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결국 감시체계가 전무한 구조에서 고사총괄 교사 뿐 아니라 대대로 교무부장까지 금고 비밀번호를 알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사건 외에도 이전부터 교무부장이 시험지를 유출하기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는 의미다.

경찰은 구속한 A씨와 함께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이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전 교장, 교감, 고사총괄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학부모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 교장이 ‘이런 일은 과거에 관행적으로 있어왔다’고 말해왔다”며 “관행이 알려져 범죄로 드러난 만큼 과거의 내신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숙명여고를 거쳐간 전·현직 교사 자녀에 대한 전수 특별감사를 교육부에 요청한다”며 “이 사건은 한 개의 학교에서 일어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우리 교육, 특히 입시제도하 에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범죄인만큼 교장, 교감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