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서 ‘묻지마 폭행’한 20대…검찰, 이례적으로 살인 혐의로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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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병약한 여성을 마구 폭행해 숨지게 했다가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된 20대를 검찰이 이례적으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피의자가 휴대전화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등 생사와 관련된 내용을 검색한 데다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등으로 미뤄 ‘고의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윤대영)는 31일 “최근 박모 씨(20)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며 전자발찌 부착명령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이달 4일 오전 2시 37분경 거제시 고현항 크루즈터미널 인근에서 윤모 씨(58·여)의 머리와 얼굴 등을 수십 차례에 걸쳐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장한 체구의 박 씨는 윤 씨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뿐 아니라 머리채를 잡아끄는 등 20분 이상 무차별 폭행을 하다 지나가던 행인 3명에게 제압당해 출동한 경찰에 넘겨졌다. 윤 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5시간 뒤 숨졌다.

거제경찰서는 박 씨의 진술과 범행 당시 상황 등으로 미뤄 뚜렷한 살인 동기나 의도가 없는 것으로 보고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가 “군 입대를 앞두고 스트레스가 쌓여 선배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피해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윤 씨가 현장이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점도 반영됐다. 뒤늦게 범행을 후회하며 반성한 박 씨는 10월 5일 구속됐고 일주일 뒤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박 씨의 휴대전화에 ‘사람이 죽으면…’, ‘사람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등을 검색을 한 기록이 있는데다 CCTV에 나타난 폭행의 잔혹성을 감안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살인의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고 밝혔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혼자 날품팔이를 하며 노숙하다시피 해 윤 씨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가 140㎝에 못 미치고 몸무게도 일반인보다 크게 적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통영=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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