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야간수당 갈등에 주민들만 불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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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자체 8곳 중 절반만 수당책정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미화원들 준법투쟁으로 주택가엔 쓰레기 넘쳐

대구 남구의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환경미화원 노조가 18일 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야간수당 책정을 요구했다. 남구는 내년부터 주당 3.5시간씩 야간수당을 책정하기로 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대구 남구의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환경미화원 노조가 18일 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야간수당 책정을 요구했다. 남구는 내년부터 주당 3.5시간씩 야간수당을 책정하기로 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대구 남구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대행하는 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48명은 이달 10∼18일 근로계약서상의 근무시간(오전 6시∼오후 3시)대로 일하는 준법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그동안 오전 2, 3시부터 일을 시작해 왔지만 야간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들이 계약한 시간만큼만 일하자 남구 주택가 일대에 미처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가 넘쳐났다. 이 기간 남구 녹색환경과에 하루 평균 100통이 넘는 전화 민원이 빗발쳤다. 주민들은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렸는데 며칠째 수거해가지 않는다”며 항의했다.

남구는 올해 대구시의 청소행정종합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 타이틀도 차지하기 어렵게 됐다. 때마침 대구시의 청소행정 모니터링 평가단이 10∼12일 각 지자체의 청소 상태를 점검했기 때문이다. 남구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이 평가에서 줄곧 1위를 했다.

다행히 환경미화원 노조와 남구가 18일 내년부터 주당 3.5시간씩 야간수당을 책정하기로 합의하면서 쓰레기 대란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야간수당이 실제 근무시간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2년 단위로 용역업체를 새로 선정할 때마다 야간수당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대구지역의 기초지자체 곳곳에서 환경미화원의 야간수당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자체와 환경미화원들이 야간수당 책정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사이 주민 불편이 우려된다.

23일 지역연대노조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지역 8개 구·군 가운데 환경미화원의 야간수당을 책정하고 있는 곳은 중구와 동구, 수성구, 달성군 4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남구는 내년부터 일부 야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지자체는 아직 지급 계획이 없다.

북구의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용역업체의 환경미화원 3명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용역업체가 1인당 1600여만 원씩 야간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대구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고, 최근 2명이 체불금품 등 사업주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용역업체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낼 계획이다.

수성구의 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15일부터 현재 주당 6시간으로 책정된 야간수당 증액과 적정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오전 5시∼오후 2시)만 근무하는 준법투쟁에 나섰다. 서구와 달서구의 환경미화원들은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다른 지자체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출근시간대 전까지 쓰레기를 수거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현실적으로 야간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연대노조 관계자는 “근로계약서에 적힌 대로 오전 5, 6시부터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면 쓰레기 수거 차량과 출근 차량이 뒤엉켜 시민 불편이 커지고, 그만큼 작업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자치구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환경미화원들의 야간수당을 현실에 맞게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자체들은 재정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방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환경미화원의 임금도 올랐는데 야간수당까지 책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환경미화원의 근무여건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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