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60년 만에 문집으로 만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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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반포초 동창생 회갑문집 화제

“옛 동창들 글을 모아 책을 내니 추억도 오래 간직하고 우정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순(耳順·60세)을 훌쩍 넘긴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입학 60주년을 기념해 동창생 절반 이상이 참가한 문집을 발행해 화제다.

충남 공주시 반포초등학교 42회 동창들이 최근 ‘회갑문집’을 냈다. 입학한 지 60년 만이다. 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에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로 춘궁기에 보릿고개를 거쳐야 했다. 겨울에는 옷이 없어 덜덜덜 떨면서 수업을 받던 시절이었다.

문집에는 동창생 110명 중 무려 84명이 참여했다. 문집은 동창인 윤인근 충남 논산 광석초 전 교장(68)과 노병재 충남 추부초 전 교장이 맡았다. 이들은 반포지역을 중심으로 동창모임을 지속해오다 입학 60주년을 맞아 뭔가 기억에 남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문집이었다. 수차례 모임을 갖고 앨범과 사진 등 자료를 수집하면서 틀을 갖췄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아직도 글을 쓸 줄 모르는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동창끼리 부끄러움이 있을 리 없었다. 학교 시절 기억해내는 추억을 휴대전화로 모조리 녹음해 이를 글로 옮겼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진학률이 17∼18% 정도였으니 글을 쓸 수 없었지요. 하지만 기억은 다 살아 있잖아요.” 윤인근, 노병재 전 교장은 최근 동아일보 대전취재본부를 방문해 문집을 한 권 건넸다.

문집에는 ‘동아연필 견학기’(강신숙), ‘무르팍 깨진 반공육박전’(김정현), ‘말표 검정 고무신’(김주만), ‘솥뚜껑에 말린 내 공책’(남숙자), ‘김칫국물에 젖는 내 책’(박동규), ‘공암장터 가설극장’(최정란) 등 1950∼60년대 시대를 반영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노 전 교장은 “문집을 낸 이후 동창들의 모임이 더욱 잦아졌고, 모교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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