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찾아 신도시로 옮기는 고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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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서울 덕수고, 위례 이전 추진

개교한 지 108년이 된 서울 성동구 덕수고가 송파구 위례신도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구도심의 신입생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학생을 찾아 이사를 가는 것이다. 저출산의 여파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이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덕수고는 특성화계열은 지금 자리에 남기고 일반계열을 2021년 위례신도시로 옮겨 개교하는 학교 분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계열이 이전하더라도 학교 이름은 그대로 덕수고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덕수고는 글로벌경영·금융회계 등을 가르치는 특성화계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계로 나눠진 종합고등학교다. 1910년 공립수하동실업보습학교로 개교해 상업고로 운영되다 2007년 인문계가 합쳐져 종합고 형태가 됐다. 현재 47개 학급 중 특성화계 26학급(562명), 일반계 21학급(425명)이다.

덕수고의 이전 배경에는 학생 수 감소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2015년 433명이었던 입학생 수가 올해 240명으로 줄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전체 학생 수가 줄고 있는 데다 신도시 등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학교가 학생을 따라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입장에서는 학교 신설보다 이전을 더 반기고 있다. 전체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데 신도시 지역에만 학교 수를 늘리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이달 초 교직원 대상 설명회를 진행했고 향후 학부모 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덕수고는 이전 계획에 따라 내년 일반계 신입생 모집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병호 서울시교육청 교육공간기획추진단장은 “학생 지원 수요를 살펴보고 내년 신입생 모집 여부를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덕수고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서울에서는 계성여고와 풍문여고가 학생을 따라 터전을 옮겼다. 중구 명동에 있던 계성여고는 2016년 성북구 길음동으로, 종로구 안국동에 있던 풍문여고는 지난해 강남구 자곡동으로 이전했다. 신설 학교는 남녀 공학이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두 학교는 계성고, 풍문고로 바뀌었다. 현재 남학교인 덕수고의 일반계열도 위례신도시로 이전하면 남녀공학이 될 예정이다.

교육청은 10일 덕수고 이전에 관한 행정예고를 할 예정이다. 학교 이전이 확정되려면 향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하고, 서울시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108년 서울 덕수고#위례 이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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