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해 구속했던 신동빈, 2심에서 석방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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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5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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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뇌물 유죄’지만 2심 집행유예…”거절 못해”
법원 “강요받은 피해자, 뇌물 책임 덜어줘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박근혜 전 대통령(66)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이 항소심에서 석방됐다.

2심은 신 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뇌물을 줬다는 데는 1심과 의견을 같이 했지만, 사회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1심의 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구속 상태였던 신 회장은 234일 만에 석방됐다.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2심은 1심과 같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했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주는 대가로 롯데그룹의 현안이었던 면세점 특허를 재취득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2심은 롯데 측이 항소심 재판 내내 공격했던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법리에 대한 판단은 1심과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기업인으로서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고려도 1심과 2심의 판단이 같았다.

하지만 사건의 성격을 다르게 본 재판부의 시선이 신 회장의 운명을 갈랐다. 1심은 아무리 신 회장이 피해자라 해도 ‘사회’를 위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봤지만, 2심은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 돈을 뜯기고도 구속된 신 회장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1심은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뇌물을 준 신 회장을 선처하면, 모든 기업이 뇌물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뇌물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대통령의 강요가 있었다 해도 모든 기업인이 뇌물을 주진 않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반면 2심은 신 회장 개인의 억울함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강요 행위로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의 피해자에 대해 뇌물공여의 책임을 엄하게 묻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뇌물을 강요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인이 어디에 있냐는 취지다.

여기에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준 70억원이 공익적 활동에 사용되리라고 예상했고, 70억원을 준 전후에 편의를 제공받은 게 없다는 롯데 측의 주장까지 받아들였다. 결국 법리적으로는 뇌물에 해당하고 그래서 1심과 똑같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지만, ‘피해자였다’는 신 회장의 사정을 1심보다 더욱 고려해 석방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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