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입원실 포화 상태, 외래환자도 더 받기 힘든 상황”
동산병원-영남대병원도 아우성
대구시, 파업 장기화 대책 마련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조합이 13일 대구 중구 남산동 천주교 대구대교구 앞에서 병원 운영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교구가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공
13일로 노조 파업 20일째를 맞은 대구가톨릭대병원 파행의 불똥이 지역의 다른 상급종합병원으로 튀고 있다. 파업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면서 이 병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파업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각 병원의 환자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이후 750여 명이던 입원 환자를 현재 300명 정도로 줄였다.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는 물론이고 입원을 예약했던 환자까지도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평일 3000여 명이던 외래 환자도 2500명 정도만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파업으로 필수유지 인력만 근무하다 보니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증환자를 제외한 입원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이 쏠린 다른 병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하루 평균 3000명 수준이던 외래 환자가 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 이후 3300명 정도로 10% 늘었다. 병원 관계자는 “770병상 규모의 입원실은 이미 포화 상태고,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외래 환자도 한계가 있어 더는 환자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응급실 환자 수가 지난해 7, 8월에 비해 30%나 급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630병상 규모의 입원실이 턱없이 부족해 일부 암 말기 환자는 요양원 입원 안내를 권유받고 있다. 9일 이 병원 응급실을 급하게 찾은 암 환자 김모 씨(65)는 입원 치료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김 씨의 가족은 “병원 직원이 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 때문에 병상이 없다고 설명하고 가까운 요양원 입원을 안내해줬다”며 “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이 장기화되면 대학병원 병상 구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등 다른 병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노사는 파업 이후에도 교섭을 진행해 입장 차이를 일부 좁혔으나 더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양측 모두 최종 제시안에 대해 마지노선이라며 더는 물러설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병원은 8일 기본급 정률 5.5% 인상에 정액 5만5000원 추가 인상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병원 관계자는 “기본급이 오르면 각종 수당도 함께 오르는 구조”라며 “간호사 7년 차 기준으로 임금 총액 인상률이 9.62% 정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정률 5.5% 인상에 정액 10만 원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받는 임금이 지역의 다른 대학병원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고, 파업 중에도 간호사 10명이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임금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숙련 간호사의 유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조합원 870여 명 중 필수유지 인력을 제외한 56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노조는 13일 오전 천주교 대구대교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병원의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교구가 파업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구시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의 파업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에 팀장급 간호사를 1명씩 추가로 배치했고, 119도 응급환자 이송 시 일부 병원에 환자가 쏠리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파업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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