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않고 일회용컵에… 카페내 머그잔 고객 ‘0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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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컵 단속 첫날 현장 가보니
매장내 금지 스티커 붙어있지만 테이크아웃 여부 신경 안 써
머그잔에 달라고 주문하자 “준비 안 됐다” 기존 컵에 담아
“머그잔 권하면 고객 짜증” 호소도

환경부 지침에 따라 2일부터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됐지만 이날 서울시내 카페에는 여전히 플라스틱 컵이 넘쳐났다.

이날 점심시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음료를 주문했지만 점원은 ‘테이크아웃’ 여부를 묻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았다. 매장 한쪽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점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같은 시간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는 40여 명의 손님 가운데 머그잔을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소규모 카페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전용면적이 20m²가 채 되지 않는 종로구의 한 카페 손님들은 모두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 고객이 ‘매장에서 마시겠다’며 머그잔에 담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점원은 “머그잔이 따로 없다”며 거절했다. 마포구의 또 다른 카페에서도 ‘머그잔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줬다. 점심시간에 커피를 파는 술집들은 집중 타깃이 아닌 때문인지 무분별하게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일부 매장은 환경부 지침을 설명하며 머그잔 사용을 고객들에게 제안했지만 ‘소극적 권유’에 그쳤다.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점원은 매장 안에서 마시겠다는 고객의 말에 ‘머그잔을 사용하시겠느냐’라고 권유했지만 고객이 이를 거부하자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담아줬다.

그나마 직영 시스템을 갖춘 대형 커피전문점은 사정이 나았다. 서울의 한 직영 커피전문점 점원은 음료를 주문하자 ‘테이크아웃’ 여부부터 물었다. 매장에서 마시겠다고 하자 그는 묻지도 않고 음료를 머그잔에 담았다. 같은 브랜드의 인근 매장에서는 고객이 ‘잠깐만 매장에 있다가 나갈 예정’이라며 일회용 컵을 요구하자 점원은 ‘나갈 때 일회용 컵에 옮겨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매장 안에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러 눈에 띄었다. 매장 관계자는 “주문할 때 테이크아웃을 하겠다고 하고 매장에서 마시는 손님까지 제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커피 업계에서는 앞으로 단속이 본격화되면 커피숍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를 두고 고객과 점원 간에 자주 실랑이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점원 김모 씨(32·여)는 “머그잔을 권유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을 내고 욕설을 하는 손님들이 있다”며 “머그잔 사용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머그잔을 권하는 게 현장에선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짧은 준비 기간 탓에 법 준수에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매장에서 사용할 머그잔을 마련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특히 소규모 카페의 경우 머그잔을 놓을 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2주마다 각 시군구의 점검 현황을 취합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다음 주부터 본격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손가인·김하경 기자
#일회용컵#머그잔 고객#단속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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