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캠퍼스에 골프연습장 들어선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립 창원대가 국비 99억 원을 들여 정병산 아래 캠퍼스에 짓고 있는 체육교육관. 골프연습장과 강의실, 헬스장 등이 완비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국립 창원대가 국비 99억 원을 들여 정병산 아래 캠퍼스에 짓고 있는 체육교육관. 골프연습장과 강의실, 헬스장 등이 완비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보기엔 썩 좋지 않지만 저희들도 이용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28일 오전 10시경 경남 창원시 의창구 국립 창원대(총장 최해범) 인문홀 앞. 이 대학 기계공학과 2학년 한도영, 송지훈 군은 공사가 한창인 정병산 아래 골프연습장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를 한 번 해봤다”고 했다. 국제관계학과 1학년 여학생 3명은 “학군단 옆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별 관심이 없다”며 지나쳤다.

창원대가 7월 완공 예정으로 짓고 있는 체육교육관에는 골프연습장뿐 아니라 암벽등반장, 강의실, 헬스장 등 각종 스포츠시설이 두루 들어선다. 자연과학대 체육학과 학생 150명이 수업과 실습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시설들이다. 체육학과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이 대학 시설과 관계자는 “2016년 8월부터 국비 99억 원을 들여 연차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공사가 끝나면 대학에서 활용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설들과 달리 50억 원이 투입되는 골프연습장은 대학 안팎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이용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큰 과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하지만 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체육과 학생과 교직원이 주로 쓰고 형편이 허락하면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시민에게 개방할 경우 요금 논란과 함께 민간 골프연습장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대학에서 시민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한 시비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 간부는 “아직 정확한 방향은 결정하지 못했다. 학내 구성원과 시민 여론을 충분히 듣고 활용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습권과 조망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연습장은 창원대 학군단과 직장어린이집, 그리고 국제교류원과 가깝다. 연습장의 1, 2층 타석 20개가 모두 정병산을 바라보고 있지만 소음이 완전히 차단될지는 미지수다. 시민에게 개방한다면 출입 차량도 문제다.

창원대는 ‘학생 안전을 위해 캠퍼스 통과를 자제해 달라’는 안내 플래카드를 출입문마다 붙여 두었다. 창원대는 과거 학교 뒤를 통과하는 국도 25호선 우회도로 개설 당시 학습권과 안전권을 침해한다며 장기간 공사를 반대하기도 했다.

골프연습장에 들어선 철제 기둥은 모두 27개다. 높이가 50m여서 대학 정문은 물론이고 경남경찰청 쪽 동문, 중앙역세권 등에서도 잘 보인다. 그물을 씌우면 대학 구성원들의 조망권도 일부 침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창원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국립대 여러 곳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고 일부는 교직원 외에 일반인도 이용한다”며 “완공 무렵에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창원대#골프연습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