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살인 공범측, 뉘우침 없이 “조서 조작” 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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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항소심
변호인 “검사실 압수수색” 신청도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 양(17)과 공범 박모 양(18)의 항소심 공판에서 박 양 측이 내놓은 주장이다.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 양 측은 작심한 듯 검찰을 향해 공세를 펼쳤다.

20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 박 양 변호인은 “검사가 김 양의 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김 양이 실제로 진술한 날짜는 6월 29일인데 조서에는 7월 11일로 돼 있다.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상황에서 진술한 내용을 나중에 조서로 허위 작성해 증거로 채택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계획부터 실행, 사후 처리까지 사실상 박 양의 지시를 따랐다는 김 양의 진술이 잘못이라는 취지다. 박 양 측은 더 나아가 인천지검 검사실 압수수색까지 재판부에 신청했다.

검찰은 “검찰을 압수수색하자는 건 막가자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김 양을 다시 불러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했다. 조서에 틀린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김 양은 조서를 3시간 동안 꼼꼼히 읽고 틀린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다소 격해지자 재판장은 “유무죄를 떠나 관심 갖고 지켜보는 국민이 많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적절한 표현을 써 달라. 공평한 절차 진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고인이 수사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심희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증거물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압수수색을 재판부에 요청하는 건 가능하나 실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경우는 없다. 증거기록 열람 범위를 확대하는 정도로 재판부가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양과 박 양은 연녹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김 양은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박 양은 재판부를 응시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재판이 끝날 무렵 김 양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이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반성문을 통해 재판부에 부탁드린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항소심 시작 후 김 양은 재판부에 다섯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범행을 후회하면서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5일 열린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 양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하고 오랜 기간 진료한 주치의 등이다.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김 양 측이 요청한 증인들이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최지선 기자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공범#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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