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1996년부터 가능성 있는 국내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해 평가와 지원을 병행했다. 가능성 있는 축제를 발견하고 성장시켜온 정책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세계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축제도 탄생했다. 하지만 축제전문가로서 30여 년 동안 국내외 축제현장을 누비며 아쉬운 점도 많이 보았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시는 매년 8월 한 달 동안 6개 문화예술축제를 운영하면서 도시 인구의 3∼5배에 이르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전 세계 공연기획자들은 에든버러 축제에서 인정받아야 세계적인 공연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축제에 참가한다. 이로 인한 경제 파급 효과는 8000억 원에 이른다.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맥주뿐 아니라 육류 등의 소비 촉진에도 기여하며 1조 원에 이르는 경제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역시 영하 30도의 강추위로 얼어붙은 도시경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지역 발광다이오드(LED)산업 활성화와 1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 1조 원을 넘는 경제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 경쟁력 있는 축제가 세계적인 도시를 만든 것이다.
국내에도 1000억∼2000억 원대 경제 파급 효과를 내는 지역개발형 축제가 10여 개에 이른다. 이들 축제는 지역의 문화관광산업이자 글로벌 축제의 후보들이다. 보령머드축제는 ‘여행자의 바이블’로 불리는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에 한국 관광의 대표 이미지로 게재됐다. 화천산천어축제는 CNN에서 ‘세계 4대 겨울축제’로 꼽았으며, 진주남강유등축제는 한국-캐나다 수교 50년 사업 때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진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들 축제는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의 여러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도시 브랜드를 향상시키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문화관광축제는 이른바 ‘등급한도제(일몰제)’ 실시로 방향성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성장한 후에도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마치 유망선수를 키워놓고 세계 랭킹전에 데뷔시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중앙정부가 ‘축제는 소비적’이라는 인식 아래 무조건 구조조정에 나서서는 안 된다. 엄격한 평가의 잣대를 제시하되, 가능성 있는 축제에 대해선 홍보, 안전, 콘텐츠, 운영 등 전반에 대한 멀티 컨설팅과 교육을 지속해야 한다. 이런 선순환 과정을 거쳐야만 명품축제가 탄생하고 소비적인 축제가 사라진다.
이렇게 열리는 축제가 지역은 물론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강력한 효자 축제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 시장을 향해 힘차게 진출할 수 있는 축제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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