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총장 측근 솜방망이 처벌 ‘징계 부메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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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총장 측근 과다 축의금 물의… 과기부 중징계 요구 묵살하고 경징계
행정처장 등 관련 직원들도 징계받아

KAIST가 책임급 행정직원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징계 요구를 묵살하고 경징계를 내렸다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징계 처분을 담당했던 행정처장 등 관련 직원들도 뒤늦게 징계를 받았다.

KAIST는 10일 과기부 요구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A 행정처장과 B 인사팀장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징계를 받으면 보직을 사퇴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이들은 현 보직에서도 물러났다. 내년 6월 정년을 앞둔 A 처장은 명예퇴직을 신청해 이달 말 학교를 떠난다.

문제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신성철 총장이 2012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파견 형식으로 데려갔던 C 씨에 대한 징계가 화근이었다. 과기부는 C 씨가 DIGIST에서 보직을 맡아 근무하며 관련 업체로부터 자녀 결혼 축의금을 과다하게 받았고, 관련 업체로부터 별도의 금품도 수수했다는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지난해 10월 학교 측에 형사 고발과 중징계를 요청했다.

DIGIST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 발생한 일이어서 이 가운데 금품수수 건만 경찰에 고발한 뒤 C 씨가 KAIST로 복귀하자 징계 문제도 함께 넘겼다. KAIST는 지난해 12월 2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C 씨에 대해 ‘강급 6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는 6개월간 1호봉을 내리고 월급과 보직을 주지 않는 것으로 중징계 가운데 파면 및 해임보다 가볍고 정직보다 무거운 징계 수위다. 과기부는 당시 징계 수위가 낮다고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C 씨는 징계가 지나치다며 올 1월 재심을 청구했고 KAIST는 4월 26일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어 경징계인 감봉 1개월로 징계 수위를 크게 낮췄다. KAIST 관계자는 “징계위 개최에 앞서 4월 6일 통보받은 금품수수 건에 대한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증거불충분)가 나온 데다 C 씨가 축의금을 돌려주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 이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식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운 액수의 축의금을 관련 업체들로부터 받았는데 돌려주겠다는 서약서만으로 징계를 감경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당시 징계위원들은 물론 행정처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 씨가 받은 축의금 중에는 한 사람이 100만 원까지 내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KAIST 안팎에서는 C 씨의 징계수위가 낮아진 배경에 신 총장의 뜻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신 총장은 재심 징계위 40여 일 전인 3월 15일 KAIST 총장으로 취임해 A 처장 등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KAIST의 한 직원은 “C 씨를 계속 데리고 다녔던 신 총장의 의중을 헤아린 결정 아니냐는 소문이 많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과도한 축의금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낸 KAIST의 결정은 비난받을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과기부는 ‘상급기관이 요구한 징계 수위를 하급기관이 감경할 수 없다’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징계규정을 근거로 KAIST 조치가 무효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KAIST는 C 씨에 대해 다시 강급 6개월 처분을 내렸을 뿐 아니라 축의금 수령 건을 추가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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