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서울, 여름내내 ‘살인폭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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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36개국 164개 도시 분석

‘살인폭염이 두 달 넘게 지속되면서 더위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다.’

2100년 5월 1일자 동아일보 날씨 전망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할지 모른다. 마노아 하와이대 카밀로 모라 지리학과 교수팀이 19일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올린 ‘살인폭염의 국제적 위협’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 수준으로 증가하면 2100년 서울은 67일간 살인적인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폭염’이 20일 이상 지속되는 지역도 전 세계의 4분의 3(74%)에 이른다고 분석됐다.

보고서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가 21세기 내내 이어진다면 서울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의 살인폭염 일수는 2020년 0일에서 2050년 7일, 2075년 35일로 가파르게 늘어 2100년에는 67일이 될 거라고 밝혔다.

살인폭염의 기준은 1980∼2014년 36개국 164개 도시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폭염 783건의 기온과 습도를 분석해 정했다. 보통 기온이 높으면 습도가 낮아도 사망자가 생기고 반대로 습도가 높으면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사망자가 생기는데, 이에 따라 783건의 기온과 습도를 분석해 각각의 기온에서 최고 수준의 습도를 뽑아 살인폭염일의 기준으로 삼았다. 예를 들어 30도에서는 습도 약 60% 이상, 40도에서는 습도 약 20% 이상이 살인폭염의 기준이 됐다. 이 기준에 따라 향후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도시별로 살인폭염에 해당하는 날이 얼마나 될지 유추했다.

2100년 중국 베이징은 48일, 일본 도쿄는 84일, 이탈리아 로마는 59일, 미국 뉴욕은 53일, 시카고는 68일 살인폭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상파울루는 110일, 중국 상하이는 123일, 홍콩은 자그마치 174일이나 됐다. 반면 프랑스 파리(6일), 독일 베를린(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2일), 영국 런던(0일)은 살인폭염 일수가 없거나 매우 적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 절대량이 2020년부터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20일 이상 살인폭염을 겪는 지역도 전 세계 48%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한국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는 살인폭염 일수가 2020년과 같은 0일로 유지된다.

지난해 국내 온열질환자 수는 2015년 1056명에서 2123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이 중 17명이 사망했다. 연구팀은 살인폭염 조건이 기온과 습도라는 기상조건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사회적 조건에 따라 실제 사람이 사망하는 살인폭염 일수와는 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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