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까지 가세한 ‘청년수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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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자체 잇단 선심정책 논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었던 ‘청년수당’ 형태의 지원책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도는 최근 ‘연정사업’의 일환으로 경기도 내 장기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구직지원금’ 정책을 내년 6월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간 5000명에게 매월 50만 원 상당의 바우처 카드를 6개월간 지급할 계획이다. 바우처 카드를 이용해 학원수강료, 교재구입비 등 구직활동을 위해 쓸 수 있게 한다는 것.

 하지만 기본 얼개가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유사해 복지부와 또 다른 마찰을 빚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는 중앙정부와 협의한 후 실시해야 하는데, 아직 경기도로부터 정식으로 논의 제의를 받지 못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미취업 청년 3000여 명을 선발해 6개월간 월 50만 원씩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8월 한 번 지급한 후 사실상 중단됐다. 복지부와의 갈등으로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현금이냐 바우처 카드냐의 차이는 있지만 교통비, 교재구입비, 학원비, 식비, 시험등록비 등 취업과 관련된 직간접적인 비용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서울시와 경기도의 정책 내용은 유사하다.

 예산은 오히려 경기도가 많이 든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으로 연간 90억 원이었지만 경기도는 대상자가 많아 연간 165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청년수당보다 파급력은 더 센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가 경기도 청년구직지원금 제도를 그대로 시행하도록 하면 ‘여당 시장, 야당 시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도내 성남시를 비난하고 나섰던 과거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성남시는 올해 1월부터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 누구에게나 1인당 연간 100만 원 규모의 지역상품권을 지급한 바 있다. 하지만 “소득에 상관없이 무조건 지급하는 게 맞느냐”는 여론의 비난을 받으며 중앙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이후 법적 분쟁에 휘말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성남시는 당초 액수의 절반만 집행하고 있다. 대법원 승소 때 나머지 절반을 청년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반면 중앙정부와 협업한 인천시는 순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을 보완한 인천시의 ‘청년일자리지원금’ 정책은 복지부와의 협의를 마치고 내년 4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정책은 고용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참가 학생 중 인천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1인당 월 20만 원씩 3개월간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 취업에 성공할 경우 1회에 한해 수당 2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요 예산은 총 30억 원이 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역시 경쟁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게 맞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천시의 지원금 정책 역시 사진 촬영비와 면접 복장 구입 등 취업 준비에 쓰는 것이어서 목적은 대동소이하다.

 지자체가 현금 지급을 경쟁적으로 시행할 경우 목적이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이 악용할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취지는 달라도 새로운 복지 형태라는 점은 맞는 만큼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전체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청년수당#선심정책#연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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