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총장 중간평가… 술렁이는 서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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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시흥캠퍼스 철회” 점거… 교수協은 31일 직무수행 설문 발표
낙제점일땐 성낙인 총장 겹위기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성낙인 서울대 총장(사진)의 리더십에 위기가 왔다.

 서울대 교수협의회(회장 조흥식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 총장의 지난 2년간 직무수행 전반에 대한 교수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31일 발표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총장 중간평가는 교수협의회가 4월부터 준비해 온 중점 사업으로 총장의 직무수행을 발전적으로 비판해 대학 발전을 이끌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성 총장으로선 경기 시흥캠퍼스 조성을 두고 학생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이사회 이사 선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교수들의 중간평가 성적마저 낙제점을 받으면 후반기 학교 운영에 힘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교수협의회는 당초 7월부터 설문조사를 실시해 9월 초 결과를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설문 문항을 정하고 응답률을 높이는 작업이 지연되면서 이달 말까지 늦춰졌다. 그 사이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10일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행정관(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틀 뒤 성 총장은 학생 대표들을 찾아갔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조성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들도 성 총장의 비민주적 대학 운영 방식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평의원회는 18일 입장문을 내 “현행 이사 선임 방식은 이사회가 스스로 후임 이사를 뽑는 자기결정 구조”라며 정관 개정을 요구했다. 총장 선출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이사회 후보 추천권과 선임권을 사실상 이사회가 모두 쥐고 있다는 비판이다.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는 줄곧 이사 선임 방식을 개선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2년간 달라진 게 없었다. 평의원회 의장과 교수협의회장은 학내 공식 행사 불참은 물론이고 12월 예정된 이사 선임 과정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수 2000여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990여 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문항은 최근 두 논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제를 짚는 내용이었다. 시흥캠퍼스 조성에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얼마나 내용이 공유되고 의견 수렴이 이뤄졌는지 물었다. 이사 선임 방식은 물론이고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해서도 성 총장이 얼마나 개선 노력을 해 왔는지에 대해 답변을 받았다.

 교수협의회는 애초에 “성 총장 신임을 묻는 게 아니라 남은 임기 2년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총장 거취 문제와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캠퍼스는 중간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술렁이는 상황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총장 낙마 사태가 벌어졌는데 서울대 학내 여론도 중간평가를 계기로 갈등이 증폭되면 그 뒤를 따를지 모르는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10명에 가까운 교수들이 벌써부터 차기 총장을 노리며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서울대#시흥캠퍼스#성낙인총장#교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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