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샘물’ 수질관리 더 깐깐하게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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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소독기 설치후 매달 수질검사… 먹는 물보다 더 엄격한 기준치 적용
주먹구구식 집수시설도 개선… 지능형 정수처리 시설 만들기로

한라산 영실탐방로에 있는 노루샘. 졸졸 흘러나오며 등산객의 마른 목을 축여줬으나 최근 가뭄으로 물이 말랐다. 물이 나오더라도 오염에 노출돼 자주 식수 불가 판정을 받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영실탐방로에 있는 노루샘. 졸졸 흘러나오며 등산객의 마른 목을 축여줬으나 최근 가뭄으로 물이 말랐다. 물이 나오더라도 오염에 노출돼 자주 식수 불가 판정을 받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1일 오후 한라산 어리목 탐방코스 해발 1400m 사제비샘. 등산객의 목을 축여 주며 기운을 줬던 샘물이 나오지 않았다. 여간해서는 마르지 않는 샘이었지만 지속된 가뭄으로 끊긴 것이다. 샘물이 나오더라도 식용이 가능한지는 장담할 수도 없다. 올 2월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수질검사 결과 대장균군이 검출돼 ‘먹는 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7월 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께름칙한 부분이 남았다.

최근 한 달 동안 사제비샘을 비롯해 한라산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등 주요 탐방로에 있는 샘물 현장을 기자가 직접 답사한 결과 식수 사용 여부가 오락가락했다. 성널오름에서 나오는 샘물을 끌어다 쓰는 성판악탐방로 입구 식수대에는 ‘먹는 물 부적합’ 표지가 부착됐고, 사라오름 주변 ‘사라샘’은 물이 나오지 않았다. 영실탐방로의 ‘노루샘’도 물기가 사라졌고 탐방로 정비공사로 출입이 일시 통제된 관음사탐방로 삼각봉대피소 주변 ‘용진샘’은 졸졸 흐르는 물을 모아 작업인부 등이 쓰고 있지만 수질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라산 남벽분기점 대피소에서 500m가량 떨어진 해발 1650m의 방아샘에서는 누군가 갖다 놓은 제주조릿대 잎으로 물방울이 흘러나왔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이지만 ‘먹는 물 부적합’ 딱지가 붙었다. 가장 청정할 것으로 예상하는 한라산 샘물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고, 먹는 물 기준치 이하이지만 심지어 양돈장 주변 등에서 나오는 질산성질소가 검출될 때가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한라산 탐방객 박정문 씨(52·제주 서귀포시)는 “전에는 한라산을 등산하면서 물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마음 놓고 샘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며 “물을 챙기지 않았을 때는 대피소 매점에서 물을 산다”고 말했다.

한라산 샘물에 대해 분기별로 수질검사를 하고 있지만 검사 결과가 계절이나 강우 상황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해 국립공원 직원도 샘물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깊은 지하에 스며들었다가 해안에서 솟아나는 용출수와 달리 한라산 샘물은 얕은 지하를 흐르다 지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민감하다. 국립공원 측은 샘물 오염 원인을 썩은 낙엽이나 동물의 배설물, 탐방객 증가 등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 30년가량 된 노후한 집수시설도 문제일 수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먹는 물 관리를 위해 오염원 역학조사를 실시해 원인을 규명하고 집수시설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자동소독기를 설치하고 월 1회 수질검사를 해 먹는 물 관리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집수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지능형 정수처리 시설 등으로 만든다”며 “탐방객이 마음 놓고 시원한 샘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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