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첫 신입생 4학기제 운영… 공대 기초학력 끌어올려

[공학교육인증 활성화 대학 탐방]<1>전북대

《공학교육인증제도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인증을 받은 공학 교육과정을 이수한 졸업생이 산업체의 요구와 국제 기준을 만족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임을 보장하는 제도다. 2001년 2개 대학에서 시범 인증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 85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학교와 교수 등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졸업할 때 산업체가 요구하는 전문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이론 중심의 공학교육에서 벗어나 캡스톤 디자인 등 설계 교육을 도입하고, 기초과학과 수학 등을 강조해 기초 역량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공대 졸업생의 역량과 기업이 원하는 신입 사원 역량 간 격차, 즉 스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공과대 혁신 방안에 공학교육인증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포함되는 등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높아지고 있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왼쪽)이 1일 여름특별학기에 수학1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북대는 기초학력 증진을 위해 방학 중 5주를 특별학기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신입생 4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2006년 처음 공학교육인증제를 도입한 전북대는 현재 12개 학부(과)가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평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7개 학부(과)가 추가로 공학교육인증을 위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대는 국내 최초로 1학년을 ‘4학기제’로 운영하며 공학교육인증제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공학교육인증제를 처음 도입했을 때 전북대는 일부 공대 신입생이 고등학교에서 일부 수학·과학 교과목을 이수하지 않아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견됐다. 이는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전공에 대한 흥미와 의욕까지 떨어뜨렸다. 공학교육인증은 전공 교육을 내실 있게 하는 것이 주요 목표인데, 신입생들의 기초 학력이 떨어지면 전공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전북대는 4학기제로 해답을 찾았다. 2012년부터 봄 학기-여름 특별학기-가을 학기-겨울 특별학기로 이뤄지는 4학기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여름·겨울 방학 중 각각 5주간을 특별학기로 지정하고, 두 번의 정규 학기를 더해 4학기제로 운영하는 것.

이는 학기를 추가해 기초 학력이 부진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수준별 분반 수업을 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신입생은 입학 후 받게 되는 기초 학력 평가 결과와 수능 응시 영역 등을 감안해 수준별로 반을 나누어 수업을 받고 있다. 화학 과목을 예로 들면 학교가 제시한 기초 학력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은 1학기에 일반화학1을, 2학기에 일반화학2를 수강하면 된다. 하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한 학생은 1학기에 일반화학1 대신 고등학교 화학Ⅱ 수준인 화학기초 수업을 듣고, 남은 학기 동안 일반화학1·2 과목을 이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기초 교과목에 대한 교육과정 이수를 마친 학생은 해당 교과목에 대한 기초 학력 인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일정 수준이 된 학생은 인증서를 받게 된다. 영어 수학 물리 화학 통계 생물 경제학의 이해 등 16개 교과목을 대상으로 기초 학력 인증제가 운영되고 있다.

전북대는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3개의 ‘역량 테스트룸’을 구축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자기 학습 모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기초 학력 인증을 받으면 장학생 선정 시 가산점이 부여된다. 송제호 전북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은 “이렇게 수학 과학 등 전공 기초 교과목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은 공학교육인증 교육과정에도 원활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의 공학교육인증제는 취업의 양과 질을 높이는 데 적잖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학교육인증제가 운영되는 학과의 2014년 취업률은 69%였는데, 이 중 인증 졸업생의 취업률은 74.6%로 일반 졸업생 65.5%에 비해 9.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인증 졸업생의 경우 70% 이상이 대기업에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공학교육인증 교육과정이 취업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북대는 분석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