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보호대 의존땐 디스크 악화될수도

  • 동아일보

[창원힘찬병원의 착한 의료이야기]

한성훈 척추센터 소장
한성훈 척추센터 소장
건강해 보이는 한 남성이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진단 결과 허리디스크 초기 증상이었다. 이 남성은 몇 해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건강관리를 해왔다. 몇 달 전부터 역기운동을 하면서 부상을 방지하려고 찬 허리보호대가 문제였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허리보호대를 쓰게 되면 오히려 복압이 급상승해 디스크의 수핵이 탈출할 위험이 있다. 역기 등을 들기 위해 순간적으로 힘을 쓰면 횡경막과 복근이 수축하면서 흉부 압력과 복압이 올라간다. 이때 허리보호대를 차면 복압이 더욱 높아져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진다.

진료실에서도 허리 아픈 환자가 허리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복대처럼 착용하는 허리보호대는 허리를 압박하고 지지해 척추의 부담을 덜어준다. 힘든 일을 할 때 사용하면 부목이나 깁스처럼 허리를 고정해 부상을 예방하고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상생활 중에 항상 착용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허리뼈(요추) 1∼4번과 그 아래 엉치뼈(천추)에 생긴다. 그런데 허리보호대는 이 부위를 보호하지 못할 뿐 아니라 척추 질환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장기간 착용하면 허리를 압박해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주변 근육은 서서히 약해진다. 이로 인해 신체활동에 필요한 근육이 퇴화되어 척추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허리보호대는 꼭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사용한다. 단순 염좌는 수술 후 한 달 이내로 착용하는 것이 좋다.

홈쇼핑 등에서는 공기를 주입해 척추를 견인하는 허리보호대도 볼 수 있다. 허리보호대에 척추 견인 기능이 있다면 척추를 잡아당겨서 뼈와 뼈 사이 간격을 넓히고 디스크 내부의 압력을 줄여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체중 25% 정도의 강한 힘이 필요한데 펌프로 공기를 주입하는 힘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허리보호대에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허리 근육과 인대가 척추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중요하다. 평소 정상 체중을 유지하면서 걷거나 자전거 타기, 수영, 누워서 다리 들었다 내리기 등을 꾸준히 하면 허리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다. 허리는 한 번 다치면 고질병이 될 수도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다. 기구에만 의존하지 말고 꾸준한 근력 운동을 통해 허리를 강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성훈 척추센터 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