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남녀 1년씩 ‘2년 다 사용’ 그림의 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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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인구절벽]
육아휴직 사용 장려하려면… 부부 휴직기간 합치는게 현실적
휴직 많이 쓴 기업 인센티브 줘야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녔던 임모 씨(39)는 육아휴직을 받아주지 않는 회사에 지난해 말 사표를 던졌다. 임 씨는 3년 전 미국에 두 자녀와 아내를 보내고 한국에 홀로 남았다. 하지만 아내의 사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졌다. 임 씨는 “상사는 부하에게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하면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휴직계를 내지 못하게 했다”며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도 사용하지 못하는 게 절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현재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는 남성, 여성 모두 최대 1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통상임금의 40%(평균 60만 원, 상한액 100만 원, 하한액 50만 원)가 지급된다. 최근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직장 내에서 ‘외계인’ 취급을 받으며 법에 보장된 휴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 비정규직일수록 육아휴직을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남녀가 동등하게 육아에 참여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선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쉽게 하는 제도적 지원과 문화 정착이 필수다.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높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하거나, 낮은 곳에는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의무금을 부과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현재 육아휴직 신청이 거절될 경우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지만, 신청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기업문화 때문에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스웨덴처럼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대안이다. 즉 현재 남성과 여성 각각 1년으로 설정돼 있는 육아휴직 기간을 남녀 합계 14∼18개월로 재조정하는 대신 남성이 1∼3개월을 의무 사용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는 부부가 모두 1년씩 총 2년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엄마가 육아휴직을 1년 사용해도 어린이집에 보내기엔 자녀가 너무 어려 복직과 퇴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녀가 탄력적으로 육아휴직을 조정할 수 있게 할당제를 도입할 경우 인력 결손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남성 육아휴직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독일은 2007년 남성 육아휴직 2개월 할당제를 도입한 뒤 7년 만에 육아휴직 사용률이 30%로 10배가량 급증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육아휴직#인구절벽#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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