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에 ‘똥’…혐한시위규제법? 일본의 생색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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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25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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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혐한시위규제법’에 대해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33년째 거주 중이라는 교민 김덕호 씨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혐한시위규제법에 대해 “아무런 효력이 없으며 일본 사람들이 생색을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무런 제재가 없는 법이 확정돼 더 강력하게 혐한, 헤이트스피치를 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24일 일본 중의원은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 해소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타민족에 대한 혐오발언(헤이트스피치)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혐한시위를 ‘금지한다’거나 시위자를 ‘처벌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조치는 없다.

김 씨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혐한시위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방문한 후 “아키히토 일왕도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후 일본 우익 단체들이 거세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개국의 대통령이 어디 감히 우리 천황한테 이런 건방진 말을 할 수 있냐고 해서 급물살을 타고 혐한시위가 시작됐다”고 했다.

이어 “‘한국사람 죽여라’ ‘밟아죽여라’라며 시위를 하고 태극기를 자동차 트렁크에 묶어서 땅에 질질 끌며 가는 걸 일본 경찰이 호위하더라”며 “태극기의 건곤감리에 바퀴벌레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여섯 마리 올려놓고 가운데 음양에다가는 똥을 올려놓고 모욕을 했다”며 혐한시위의 양상을 전했다.

김 씨는 무엇보다 인터넷상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젊은 세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우려했다. 그는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연예인 중에 재일교포 출신이 많은데 ‘좋아할 필요 없다. 조센진을 왜 좋아하느냐’라는 식의 글이 인터넷상에 엄청 올라오고 있고 ‘속았다. 그렇게 나쁜 사람인 줄 몰랐는데 괜히 좋아했다’는 글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민간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작년 말에 한일 간에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는데 위안부 문제, 소녀상 문제 등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자국민을 위해 일본사회 재외동포에 대한 인권과 권한을 확실하게 보장해 달라고 해야지, 그냥 피해가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고 거듭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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