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반토막… ‘금게가 된 꽃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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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량 급감하며 경매가 40% 급등… 가격 비싸 소비자-어민들 울상
꽃게 자원량 줄어 당분간 가격 뛸듯

15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에서 어민들이 잡아온 수산물을 뭍으로 옮기고 있다. 요즘 인천 앞바다에서 꽃게가 잡히지 않아 상자에 꽃게가 절반도 들어있지 않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5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에서 어민들이 잡아온 수산물을 뭍으로 옮기고 있다. 요즘 인천 앞바다에서 꽃게가 잡히지 않아 상자에 꽃게가 절반도 들어있지 않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주부 박유정 씨(48)는 휴일인 15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 꽃게를 사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살이 꽉 차고 등딱지에 알을 품어 입맛을 돋우는 싱싱한 봄철 꽃게를 구입해 식탁에 올리려고 했으나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년 이맘때 꽃게(암컷) 1kg은 2만5000원 안팎이면 살 수 있었지만 요즘은 2배 가까이로 치솟았다. 이날 거래가는 무려 4만5000원. 박 씨는 “꽃게 가격이 너무 올라 지갑을 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꽃게 주산지인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도 울상이다. 꽃게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연평어장(약 764km²)의 꽃게 어획량은 11일 현재 1만1180kg으로 지난해 4월 어획량 2만477kg의 절반 수준이다. 연평어장뿐 아니라 서해안 전체 어획량이 줄어 충남 서천과 태안, 전남 진도 등과 같은 꽃게 산지의 4월 평균 경매 시세는 kg당 4만1000원으로 지난해 2만8667원보다 40% 이상 올랐다.

연평도 어민들은 수년째 꽃게 어획량이 줄면서 한숨만 늘고 있다. 2009년 한 해 동안 295만 kg이 잡혔지만 2010년 242만 kg에서 2011년 225만 kg, 2012년 189만 kg, 2013년 97만 kg까지 떨어졌다가 2014년 137만 kg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 다시 117만 kg으로 줄었다.

연평도 어민 김모 씨(62)는 “이 추세대로 어획량이 줄면 올해는 기름값과 인건비 대기도 벅차다”며 “인천시가 어민들의 생계 유지 차원에서 새우잡이 어선의 조업 시간을 한시적으로 1시간 반 연장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이처럼 꽃게 어획량이 반 토막이 난 것은 수년째 한국 해역을 넘어와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 탓이라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해양연구기관의 분석은 다르다. 꽃게 조업을 앞둔 3월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올해 연평도 일대를 포함한 인천 해역의 꽃게 유생 분포 밀도와 조업에 나설 어선, 수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어획량이 지난해에 비해 3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소가 지난해 꽃게 산란 시기에 서해 연안 전체를 조사해 보니 알에서 부화해 물속을 떠다니는 꽃게 유생의 분포 밀도가 1000m³당 783개체로 어획량이 많았던 2013년(1636개체)에 비하면 50% 수준에 머물렀다.

또 같은 해 조사한 이들 해역의 꽃게 자원량은 1만5000t으로 2014년에 비해 30%나 감소해 어획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이 매년 감소하는 것은 과도한 어획도 한 원인”이라며 “서해안 전역에서 꽃게가 잡히지 않고 있어 당분간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매년 50척 안팎의 어선이 조업에 나서는 연평어장에서는 인천 전체 꽃게 어획량의 25%가량이 잡힌다. 꽃게를 보호하기 위해 4∼6월과 9∼11월에만 조업이 허용된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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