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운호 사건 둘러싼 전관 로비 의혹 엄중 조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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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2012년 해외 원정도박 사건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전관(前官) 출신 변호사를 동원해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다가 해임된 최모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정 대표는 구치소에서 최 변호사에게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 성형외과 의사, 법조 브로커 등 자신이 집중 로비를 해온 명단이 적힌 종이쪽지를 건네면서 “더 이상 로비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 대표의 마카오 도박 사건을 2014년 처음 수사했지만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검찰 수사까지의 변호는 검사장 출신 A 변호사가 맡았다. 동일한 사건에서 두 번씩 무혐의 처분이 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다른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 이모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이 씨가 서울중앙지법 L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하며 정 대표 사건을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 L 부장판사는 항소심이 자신에게 배당된 것을 모르고 있다가 다음 날 출근해 재배당을 요청했다고 한다. 수도권의 K 부장판사도 정 대표와 친한 성형외과 의사를 통해 항소심 재판부에 청탁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한 부장판사는 딸이 정 대표 회사가 협찬한 미인대회에서 입상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정 대표에 대한 검찰의 항소심 구형이 이례적으로 1심의 3년에서 2년 6개월로 줄어든 것도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가 검찰에 로비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관예우와 법조 브로커는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다. 1999년 대전 법조 비리 사건 땐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에게서 돈을 받았다가 검사 6명이 옷을 벗었다. 2006년에도 법조 브로커의 폭로로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가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법조 비리를 청산하기 위해 제도 개선책이 숱하게 나왔으나 아직도 부장판사가 버젓이 브로커의 향응을 받는 구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정 대표의 로비 의혹은 해임된 변호사의 폭로가 없었다면 수면 아래 감춰져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법조계에서 이 같은 전관예우와 브로커 로비가 얼마나 만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나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정운호#전관 로비#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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