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굿’으로 재판대 선 무속인 판결 2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결혼 못하고 소송 등 우환 닥칠것”… 불안감 부추겼다면 사기죄
VS “고환 하나밖에 없어도 아이 낳게 해줬다”… 효험 없어도 굿 해줬다면 무죄

굿을 한다며 수억 원을 받은 무속인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 두 건의 법원 판결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왔다. 굿의 효험이 없었더라도 실제로 굿을 했다면 사기가 아니라는 판결과 굿을 했더라도 불행한 일이 곧 일어날 것처럼 말했다면 사기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굿을 해주겠다며 윤모 씨로부터 총 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한모 씨(46)에 대해 사기가 아니라고 1월 22일 판결했다. 한 씨는 2009년 10월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윤 씨에게 “삼신할머니에게 빌어 아이를 점지받는 굿을 한번 해 봐라. 고객 중에 고환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있는데 이 굿을 한 뒤 아이가 생겼다”고 권유해 20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또 윤 씨가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하자 “신기(神氣)를 누르는 누름 굿을 하라”며 3000만 원을 받는 등 2011년 5월까지 총 2억2440만 원을 받고 9차례에 걸쳐 굿을 해줬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없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한 씨가 굿을 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윤 씨로부터 굿 비용을 받고서 실제로 굿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했다. 실제로 굿을 하지 않았다면 사기죄가 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는 이모 씨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결혼하기 어렵다”며 149회에 걸쳐 17억여 원을 편취한 무속인 신모 씨(33) 등에 대해서는 사기를 인정해 1월 25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씨가 이 씨에게 우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거나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속여 굿을 한 데 대해 사기죄를 인정했다.

신 씨는 “굿을 하지 않으면 결혼하기 어렵고, 당신이나 아버지의 사업에 재(災)가 생기며,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한다”고 속여 2009년 1500만 원을 받는 등 2008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총 149회에 걸쳐 17억9193만 원을 받았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굿#무속인#삼신할머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