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상품권 ‘깡’하든 말든… 실적쌓기 독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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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현금화 거래 부작용에도 공무원이 대상자 집 방문해 홍보
제도 보완보다 지급 늘리기에 급급… 정부 “대법 판결前 시정명령 검토”

경기 성남시가 20일부터 청년배당 명목으로 지급한 지역상품권이 ‘상품권깡’(액면가보다 낮게 현금화하는 것)의 도구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이 확인됐지만 성남시는 수혜자 늘리기와 실적 쌓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별 청년배당 지급 실적이 공개되는 등 경쟁이 심화하면서 공무원 일부가 직접 대상자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수령을 독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이를 제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시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가 만 24세 청년들에게 지급한 성남사랑상품권은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전용 사이트 등에서 액면가의 50∼80%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청년 취업역량 강화라는 제도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성남시는 제도 보완보다는 청년배당의 1분기(1∼3월) 지급(1인당 12만5000원) 완료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 및 공공산후조리원 설립)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법원의 예산 집행 정지 여부 판결이 빠르면 2월 중 내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 공무원 A 씨는 “한파에도 공무원들이 지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상자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완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은 “무책임한 청년배당 강행을 막기 위해 판결이 나기 전에 추가적인 시정명령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상품권깡’을 막기 위한 핵심 대안으로 2분기(4∼6월)부터 지역 전자화폐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현실성 없는 급조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사용처가 한정된 직불카드 등 전자화폐를 도입하려면 수개월이 소요되지만 성남시는 관련 예산안도 마련하지 않았다. 성남시 측은 “아직 카드업체 등과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품권깡 논란에서도 봤듯 청년배당은 ‘연비 낮은’ 정책이자 헬리콥터 머니가 될 공산이 크다”고 비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조영달 기자
#성남시#무상복지#복지#청년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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