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노사정 합의 파탄”… 탈퇴 결정은 19일로 유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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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 중앙집행위 한때 정회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잠시
 정회된 사이 김동만 위원장(가운데 앉은 사람)이 중집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노사정위 탈퇴 결정을 
19일까지 유보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노총 중앙집행위 한때 정회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잠시 정회된 사이 김동만 위원장(가운데 앉은 사람)이 중집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노사정위 탈퇴 결정을 19일까지 유보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사정 대타협은 파탄 났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지난해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공언한 것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파기 및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탈퇴 결정은 19일까지 유보했다. 그 대신 일반해고와 취업 규칙 변경에 대한 2대 지침 초안을 정부가 철회하고 백지 상태에서 다시 협의하자는 조건을 제시했다.

1998년 2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이후 17년 만에 성사된 대타협이 유지될 가능성이 극적으로 생겼지만 정부가 한국노총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의 태도가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노사정 합의문은 사실상 19일부터 휴지 조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4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이같이 결론 내렸다. 최두환 상임부위원장은 중집이 끝난 뒤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합의를 위반하면서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를 반복했다”며 “노사정합의가 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서 파탄 났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2대 지침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히지 않는다면 19일 김동만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하고 투쟁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인 2대 지침 초안과 비정규직 고용 기간 연장(기간제법), 파견 확대(파견법)를 정부가 철회하면 대타협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한국노총의 이런 결정은 사실상 노사정 합의 파기 순서를 밟아 나가되 공식 선언과 노사정위 탈퇴 결정을 19일까지 유보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재차 촉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도 한 주 뒤에 정부의 기조가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다시 한 번 지적하고, 우리가 한 번 더 참고 인내하는 모습을 정부에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중집은 당초 김 위원장 등 지도부가 합의 파기를 밀어붙이고 금속노련과 공공연맹 등 강경파가 이에 호응하면서 쉽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자동차노련과 택시노련 등 온건파를 중심으로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예상외로 강하게 나오면서 표결하자는 얘기도 잠시 흘러나왔다. 결국 중집위원들은 일단 대타협 ‘파기’가 아닌 ‘파탄’을 선언하되 노사정위 탈퇴는 유보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한국노총의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성명을 통해 “파탄을 선언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마치 그 책임을 정부에 돌리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합의”, “급속한 산업화에 이은 선제적 개혁” 등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받았던 ‘한국형 노동개혁’이 노동계가 불참한 채 정부 주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셔널센터’(산별노조의 전국 중앙조직)가 내부 의결까지 거쳐 승인한 노사정 합의를 스스로 파기하겠다고 나선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다만 정부도 협의 가능성은 일부 열어놔 막판 반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한국노총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2대 지침 초안) 내용에 대해서는 2박 3일이 걸리더라도 당장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노동계와의 신뢰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도 “우선 노사정이 만나 지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성명을 내고 “한국노총이 파탄을 선언하면서 지침 철회를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사실상 파기 선언”이라며 “노사정 대화에 다시 참여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노총#노사정#대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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