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 힐링’ 큰손 유커들 몰려올 듯… 47병상 그쳐 단기엔 영향 적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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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개방형 병원의 명과 암]<下>VIP마케팅 경제효과

“시간은 걸리겠지만, 제주도의 관광산업과 경제 수준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1호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으로 제주 서귀포시에 설립되는 중국 뤼디(綠地)그룹의 ‘녹지국제병원’이 당장 눈에 띄는 이득을 불러오지 못해도 중·장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보건당국과 보건의료계는 녹지국제병원이 정식으로 개원하면 이미 궤도에 오른 제주도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욱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를 토대로 제주도의 관광 수익과 고용 유발 효과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 관광산업의 고급화 - 1700여 개 일자리 기대

뤼디그룹과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는 2017년 이후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의료 관광객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5000여 명(전체 중국인 관광객은 300만여 명) 수준인 제주도의 중국인 의료 관광객이 1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이은희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의료 관광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용과 힐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중국인 의료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했다”며 “중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이 생기면 관련 관광상품이 크게 늘어나고, 의료 관광객 수 역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녹지국제병원을 찾는 중국인 의료 관광객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관광산업의 고급화도 이루어질 수 있다. 해외 유명 관광지에 위치해 있고 의료비가 일반 병원보다 비싼 투자개방형 병원에서 △성형 △미용 △건강검진 △힐링 치료 등을 받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수준은 자연경관을 즐기러 오는 일반 중국인 관광객들보다 월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의료계에서는 의료 관광객의 체류 기간과 지출 비용이 일반 관광객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VIP 마케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제주도의 관광산업을 다각화, 고급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국제병원으로 새로 생기는 고용 유발 효과도 660∼17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뤼디그룹과 제주도는 병원이 문을 여는 2017년 3월까지는 건설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660여 명이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경에는 병원 내 인력 134명(의사 9명, 간호사 28명, 사무직 76명 등)을 포함해 1700여 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서는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다양한 관련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 병원 규모의 한계와 운영 로드맵 없어

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의 작은 규모와 향후 구체적인 운영 로드맵이 없다는 건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병상 수가 47개에 불과해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물론 중증질환 위주의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입원 기간이 짧고, 헬스케어타운 내 다른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환자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영세한 규모로는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의료계에서는 병원이 100% 뤼디그룹 투자로 세워지기 때문에 병원 운영으로 인한 수익이 모두 중국으로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병원 내 주요 인력을 국내 인력이 아닌 해외 인력으로 쓸 경우 실질적인 고용 효과도 감소될 수 있다. 국제적인 브랜드를 지닌 기업이나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내 의료 관광의 명성을 알리는 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이 설립 취지에 걸맞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는 물론이고 고용 창출과 사회공헌 등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녹지국제병원#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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