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료관광객 대거 유입 기대… 제주도 몫인 ‘안전관리’ 보완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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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개방형 병원의 명과 암]<上>예상 효과와 의료의 質

《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은 국내 보건의료 체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2002년 김대중(DJ) 정부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허가한 이후 13년 동안 논란만 거듭하다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지 못했다. 정부가 18일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인 뤼디그룹의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하면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의 보고가 될 것인가?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1호 투자개방형 병원 탄생의 기대와 개선 방향을 전망해 봤다. 》

“제주도에 중국계 자본이 투자한 병원이 생기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오래 머물게 될 것이다.”

중국인 후안 왕 씨(35)는 지난해 제주 서귀포시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서귀포는 제주영어교육도시 등 영어교육 시설까지 풍부해 휴양과 교육을 겸할 수 있는 장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왕 씨는 “제주도는 그동안 중국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부족했다”며 “2017년 중국계 병원이 생기면 중국인들이 더 좋은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 국내 거주 중국인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중국계 외국인 병원이 들어서면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국내에 장기 거주하는 중국인과 관광객들에게 ‘한국은 안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이는 한국행을 망설였던 중국인 관광객과 환자들의 제주행을 결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에 편중된 제주도 내 의료관광객이 서귀포로 분산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제주도가 이 병원을 통해서만 연간 1만 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의료계에 남아 있던 ‘한국은 의료법 규제가 심해 진출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도 줄어 앞으로 다른 경제자유지역의 외국병원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투자개방형 병원 중장기 마스터플랜 필요

1호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이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녹지국제병원은 진료과목이 4개(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로 47병상의 소형병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인이 이 병원에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방문객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녹지국제병원 하나만으로는 국내 의료비가 오르고 건강보험 체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국내 대형병원들이 외국 자본과 합작 투자를 통해 대형 투자개방형 병원을 세울 경우가 문제다. 이럴 경우 국내 고급진료 수요가 커지면서, 병원들이 의료의 공공성보다는 수익 추구에 집중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의료 체계 내에서 몇 병상까지 투자개방형 병원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료 안전 관리 사각지대 우려

또 투자개방형 병원이 과연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도 우려된다. 국내 병원들은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진료비 심사를 통해 적절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하지만 투자개방형 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를 하기 때문에 불법 줄기세포 시술과 같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진료 적절성에 대한 관리는 중앙 정부가 아닌 제주도 소관이라 관리망이 허술한 편이다. 김건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나갈 때 중앙의 심평원 인력이 동행하는 등의 보완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 의사 진료 세부 허가기준 필요

의료진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특별자치법에 따르면 투자개방형 병원에 근무하는 외국인 의사는 국내 의사 면허가 없어도 된다. 자격 및 경력의 제한을 받지도 않고, 관련 서류를 제주도에 제출하고 허가받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전문의가 아니고, 경험이 적어도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 특히 중국에서 중의학을 전공한 한국인들도 이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 홍민철 한국의료수출협회 사무총장은 “중국은 의사가 귀하기 때문에, 우수한 중국 의사가 국내까지 들어와 진료를 할 가능성은 낮다”며 “질 낮은 의사를 걸러내기 위해 외국인 의사의 국내 진료 허가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최대한 한국 의사를 중용해 의료의 질을 담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 관계자는 “주 인력은 한국인 의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 의사들이 국내에 들어와도 한국 의사의 보조 역할밖에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중국#의료관광객#제주도#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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