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표지만 바꿔 자기 책인 것처럼 속인 교수 182명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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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서적의 내용은 그대로 두고 표지만 바꿔 마치 자신의 저서인 것처럼 출간한 대학교수 179명이 적발됐다. 이 중에는 세계적인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저명한 이공계 교수도 포함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는 이른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준 혐의(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전국 110개 대학의 교수 182명을 적발해 74명을 기소하고 105명을 벌금 300~10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교수 3명은 국외연수 중이라 기소중지했다. 또 교수들과 짜고 책을 펴낸 4개 출판사 임직원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식 재판에 넘겨진 교수들은 표지갈이 책을 자신의 연구실적으로 제출하거나 2권 이상에 허위 저자로 등재한 경우, 표지갈이를 눈감아 준 원저자들이다. 약식기소 대상은 책 1권만 표지갈이 한 교수들이다. 국공립대 교수가 44명, 사립대 전현직 교수가 138명이다. 특히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이름을 올린 명문 사립대 A교수도 포함됐다. 그는 환경 관련 학회의 부회장을 지내는 등 환경공학 분야의 저명 교수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재임용이나 승진 정년 보장을 위한 연구실적 평가에 대비해 전공서적 출판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표지갈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저자와 허위 저자, 출판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다 그동안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 교수들이 집단적으로 도덕불감증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적발된 교수 명단을 각 대학에 통보하고 연구 부정행위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의정부=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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