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어렵게 공부하다 책을 훔친 대학원생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하태한 판사는 건조물 침입, 절도, 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학원생 박모 씨(34)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해 말 취업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가족과 갈등을 빚다가 집을 나왔다. 가족의 도움 없이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했던 박 씨는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지만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했다. 그는 결국 책을 훔쳐 팔아 생활비를 벌어야겠다고 결심해 올해 7월 학교 건물에 들어가 정보처리기사 수험서 등 책 24권을 몰래 들고 나왔다. 박 씨는 일주일 뒤 이른 아침에도 다시 책을 훔치려다 60대 미화원에게 들켰다. 순간 당황한 그는 미화원의 얼굴을 머리로 들이받고 옆구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미화원과 경비원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진 박 씨는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남의 물건에 욕심을 냈다”며 선처를 읍소했다.
법원은 박 씨의 딱한 사정을 받아들였다. 하 판사는 “사실상 강도에 준하는 범행으로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집을 나와 혼자 생계비를 마련하며 공부를 병행하던 중 극심한 경제적 궁핍 상태에 직면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수년간 성실히 학업에만 몰두했고 현재 대학원 재학 중임을 감안할 때 경제적 압박감, 가족이나 주변과의 단절이 초래한 일회적, 우발적인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적으로 재기할 기회를 부여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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