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년 일자리 사정이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을 닮아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나왔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 나라들은 정책 실패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청년실업이 사회 불안 및 세대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한은 조사국은 20일 내놓은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청년층 고용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와 더불어 청년층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고용률은 하락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중반 7∼8%대였던 한국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올해 6월 10.2%까지 올랐고, 청년실업률을 장년층(30∼54세) 실업률로 나눈 배율도 2013년 기준 3.7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배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보고서는 이런 현상의 요인을 분석하면서 한국과 남유럽 국가들의 사회적 구조 등이 많이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크게 오르면서 2005년 6만7000명이던 대졸 이상 실업자 수가 지난해 12만6000명으로 늘어 전체 청년실업자의 절반 이상(52%)을 차지했다. 이 같은 노동시장의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은 이탈리아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한상우 과장은 “이탈리아는 2000년대에 대학 정원을 크게 늘린 이후 고학력 실업자가 급증했고 이들이 비숙련 노동시장에 진출하면서 저학력자들의 고용 사정도 함께 악화됐다”며 “환경미화원 채용에 고학력자가 몰리는 한국도 이탈리아와 비슷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유럽 국가는 대부분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 정도로 높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갈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흡사했다. 한국은 비정규직 연봉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중소기업의 임금은 2000년 대기업의 71%에서 지난해 61%로 하락하는 등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층이 첫 직장 선택에 신중해지면서 직장도, 학교도 다니지 않고 취업 의지도 없는 고학력 니트(NEET)족이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청년실업은 1980년대 이후 임시직 비율이 높아진 스페인을 비롯해 직업교육 프로그램 등 정책적 뒷받침이 미흡한 프랑스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청년 고용이 개선돼야 출산율이 오르고 내수에도 더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지금 같은 경기 침체 시기에는 노동정책의 우선순위를 중장년보다는 청년 고용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년 연장 등의 여파로 향후 3, 4년간 청년들에게 ‘고용절벽’이 닥칠 우려가 있다”며 이달에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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