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밖 감염’ 왜 발생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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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
X선검사 - 화장실서 접촉 가능성… 1층 전체로 퍼졌을수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정형외과 외래진료를 받은 77세 여성(115번 환자)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응급실 외 감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정형외과 외래진료를 받았다. 그 와중에 이 병원 응급실에 지난달 27∼29일 머문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4번 환자는 이 병원 대량 감염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11일 115번 메르스 환자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이날 오후 이 병원 1층 외래진료 접수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1일 115번 메르스 환자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이날 오후 이 병원 1층 외래진료 접수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외래진료자 중에서도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이 병원 1층 전체로 퍼진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응급실과 정형외과 외래진료실은 모두 병원 본관 1층에 있다. 병원 남쪽 끝에 위치한 응급실과 서쪽 끝에 자리한 정형외과 사이 거리는 100m 남짓으로 먼 거리다. 이 때문에 응급실 14번 환자에게서 나온 바이러스가 1층 전체에 공기 형태로 퍼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러한 삼성서울병원의 공기감염 가능성에 대해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해당 병원은 하루 외래환자가 약 8000명인데, 공기 중 감염이 생겼다면 5%인 400여 명의 환자가 이미 나왔어야 한다”며 “공기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가능성은 115번 환자가 14번 환자와 접촉했느냐는 것. 병원 측은 “115번 환자는 27일 오후 2시경 정형외과 외래진료 전 X선 검사를 받았고 응급실 구역의 화장실에 들렀다”며 “이때 14번 환자에게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X선 검사실(일반 촬영실)과 접수창구, 응급실 구역의 화장실, 원무수납 창구 등이 115번 환자와 14번 환자의 접촉 가능성이 높은 장소로 꼽힌다.

또 다른 가능성은 115번 환자가 14번 환자(2차 감염자)가 아닌 다른 3차 감염자로부터 감염됐느냐는 점이다. 즉 115번 환자가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다른 환자에게서 전염됐을 가능성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감염 확산 방지 계획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공기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역학 조사 대상 범위를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27∼29일 1층에 있던 사람들로 넓혀야 한다. 또 14번 환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당초 2차 감염의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바이러스 전파 범위를 병실로 제한했다가 한참 뒤 전체 병동으로 확대했다. 이 때문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도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14번 환자의 동선 파악을 위해 이제라도 폐쇄회로(CC)TV 영상을 면밀하게 다시 확인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7일 기자회견에서 “CCTV 등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14번 환자의) 접촉 인원은 893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115번 환자가 나옴에 따라 재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115번 환자는 보건당국의 폐렴전수조사를 통해 뒤늦게 발견됐다.

민병선 bluedot@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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