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쟁점사항 수용 못해”… 政, 노동개혁 독자추진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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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노사정 협상 결렬 선언

반년 넘게 대타협 논의했지만…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가운데)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노총회관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중앙집행위는 이날 노사정 협상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뉴시스
반년 넘게 대타협 논의했지만…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가운데)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노총회관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중앙집행위는 이날 노사정 협상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뉴시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6개월 넘게 진행됐던 노사정(勞使政) 협상이 난항을 거듭한 끝에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사정 대타협을 발판 삼아 노동시장 구조개혁 작업에 본격 착수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8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노사정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일반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 기간 연장(2년→4년) 등 우리가 밝힌 ‘5대 수용 불가 사항’에 대한 정부와 경영계의 입장 변화가 없다”며 “정부와 경영계가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는 한 노사정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노총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은 계속 열어뒀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도 탈퇴하지 않기로 했다. 김 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철회한다면 협상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사정 협상은 사실상 최종 결렬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노사정이 합의한 시한(3월 31일)을 1주일 이상 넘겨 추가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만 달려왔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등 ‘3대 현안’에서 일부 합의가 이뤄졌지만 핵심 쟁점인 저(低)성과자 해고 문제에 대해 어느 한쪽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더이상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대타협이 무산되면서 노사정위와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강하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이미 “시한 내 대타협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상태다. 노사정위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협상 테이블을 가동한다는 방침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김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협상 결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려던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타협이 성사됐다면 5년간 청년 일자리 98만 개를 창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근로자를 설득해 임금 안정과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일자리가 감소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구조 개혁을 노동계 동의 없이 독자 추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의 파트너(노동계)에게 대화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느냐”며 “정부도 더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가 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인 만큼 이 장관을 유임시키고 당정협의 등을 통해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 제출하거나 가이드라인, 시행령 등을 공개하고 그대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노정(勞政) 갈등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미 총파업(24일 시작)을 선언했고,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도 이날 “일반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 기간 연장 등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야당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다수가 정부 개혁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더라도 환노위 논의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환노위원은 여야 동수(여야 각각 8명·위원장 포함)로 구성돼 있다. 환노위 야당 의원들이 법안 상정을 늦추거나 반대할 경우 논의가 장기화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국회 환노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은 국회로 법안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노사정 대타협보다 국회 통과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최예나 기자
#정규직#비정규직#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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